[데스크라인]감사원, 기재부 그리고 미래부

관심 끈 뉴스 둘. 하나는 양건 감사원장 사퇴 건이다. 새정부에서 유임 통보를 받은 상황에서 임기를 1년7개월여 앞두고 낙마했다. 꺼림칙한 사퇴 표명은 안팎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직무 독립성, 정책 중립성`을 표방하는 감사원은 이번 사태가 상당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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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나는 공공기관이 중앙부처 경영평가 결과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사건이다. 지난해 실적 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산업기술시험원은 평가 주체인 기획재정부에 졸속 평가를 비난하고 나섰다. 상명하복이 철칙인 공무원 사회에서 시시비비를 떠나 상당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진위에 어찌됐든 상급 부처에 항명하는 초유의 사태가 불거진 것이다.

감사원과 기재부는 공무원 사회에서 `갑`으로 통한다. 코너에 몰린 두 부처를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더욱 착찹한 것은 두 기관이 갖는 비중 때문일 것이다. 정책 집행에서 가장 핵심 임무를 맡고 있다고나 할까. 하나는 예산을 쥐고, 하나는 감사 기능을 갖는다. 제 아무리 거룩한 정책을 입안해도 수행할 돈이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때깔 나는 정책도 감사가 껄끄럽다면 힘입게 추진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공무원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감사원이고 제일 부담스러워하는 게 기재부다.

새정부 출범 6개월을 즈음해 창조경제가 다시 이슈 중심으로 떠오를 태세다. 불행히 그다지 좋은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여전히 모호하고 실체가 없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말은 진수성찬이었는데 따져 보니 알맹이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면 지난 6개월 동안 정부는 손놓고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창조경제 중심 부처인 미래부를 시작으로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많은 정책을 쏟아냈다. 주말을 반납하고 허니문 기간도 없이 불철주야 6개월을 강행군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나름 열심히 했는데 왜 긍정적인 평가 보다 부정적인 평가가 대세인가 곱씹어 봐야 한다.

한 마디로 새로운 정책을 수용할 틀이 바뀌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손톱 밑 가시를 애써 무시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감사원과 기재부 관행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 먼저 감사원의 `정책감사`를 제고해 봐야 한다.

정책감사는 정책 배경과 목적 사이의 상관성, 정책 필요성, 집행 과정과 성과 등을 감독하는 감사활동이다. 꼭 필요한 업무지만 문제는 대부분 과거 선례에 비춰 감사 활동이 이뤄진다. 새로운 정책, 다소 위험스럽지만 과감한 정책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새로운 걸 추구하는 게 창조경제인데 감사라는 벽이 가로막는 상황에서 공무원이 움직일 폭이 좁아질 수 밖에 없다.

기재부는 어떤가. 예산편성을 위해 `프로젝트 심사`가 필수인데 이게 창조경제의 보이지 않는 걸림돌이다. 모든 예산에 꼬리표를 붙여 새 정책을 내놓기가 힘들다. 과거 정책의 재탕, 삼탕 아니면 이름만 팬시하게 바꾸는 정책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그래야 기재부에 먹히고 그나마 예산을 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창조경제가 겉돌 수밖에 없다. 과거와 다른 정책, 모방이 아닌 창조적인 정책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태생부터 불가능한 셈이다.

창조경제 성과가 없다고 예단하기 전에 근본 이유부터 따져봐야 한다. 미래부를 닦달하기 전에 기재부와 감사원 등 유관 부처에 산재한 보이지 않는 정부 조직의 `손톱 밑 가시` 부터 뽑아야 한다. 그래야 창조경제도 생기가 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