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 눈 높아진 중국, 가격과 품질까지 한국 업계 압박

저렴한 부품만 찾던 중국 전자 업계의 구매 전략이 최근 확연하게 달라졌다.

중국 전자시장이 막강한 구매력을 갖추면서 가격은 말할 것도 없고 고품질까지 요구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중국이 세계 최대 IT시장으로 부상하자 글로벌 기업들도 중국 고객사 입맛 맞추기에 급급하다. 국내 소재부품 업체들은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중국 요구로 인해 대책 마련에 부심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스마트폰·TV 업체들은 한국 기업에 맞먹는 부품 스펙을 내놓고 있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오히려 국내 시장가보다 낮게 요구하고 있다.

중국 세트 업체들은 모델 단순화 전략으로 가격을 낮추면서 고품질 소재부품을 주문하고 있다. 한 모델에 집중해 부품을 대량 주문함으로써 가격을 대폭 낮추는 방식이다.

일례로 중국에 공급하는 스마트폰용 광학필름 가격이 1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국내 필름 업체들은 물론이고 3M 등 글로벌 기업까지도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다.

국내 한 필름업체 사장은 “한국은 모델 종류가 너무 많아 전체 물량 대비 수익이 나지 않지만, 중국은 가격이 저렴해도 단순 모델로 이익을 낼 수 있다”며 “중국과 거래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구매를 일원화해 협상력을 높이고 있다. BOE는 생산라인이 중국 곳곳에 흩어져 있으나 구매는 본사에서 일괄적으로 진행한다. 투자가 많은 점을 앞세워 가격 협상을 한다. 기준도 까다로워졌다. 장비의 핵심 부품은 디스플레이업체들이 직접 채택한다. 2차·3차 협력사까지 관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샨자이폰과 같은 저가 디바이스용 중소형 패널을 생산하던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최근에는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중국 현지에서 대부분의 소재·부품을 조달하던 이들 중소형 업체들도 고가 제품 생산을 위해 한국을 포함한 해외 기업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이런 시장도 만만치 않다. 중국 현지에도 협력사가 많아 고급 제품을 공급하면서도 제값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중국 현지 업체나 대만 업체들과 경쟁해야 할 처지다. 중국 세트업체들은 한국 반도체업체들에게 삼성·LG에 공급하던 정도의 기능을 요구하면서 가격은 대만 업체들과 같은 수준으로 정해 놓는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은 협력사들이 많아 가격을 맞추지 못하면 즉시 퇴출된다”며 “반드시 중국 시장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현지 업체를 키우는 구매 정책을 편다면 갑자기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며 우려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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