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력위기 하루 넘기는 데 수십억원이라니

최악의 전력수급 위기 상황으로 예고된 첫날인 12일 전 국민의 동참으로 큰 고비를 넘겼다. 정부는 휴일인 11일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가 8050만㎾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특단의 대책을 세웠다. 전력수요 예상치는 8050만㎾로 역대 최고지만 예상 전력공급능력은 7744만㎾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306만㎾가 부족해 대한민국은 영락없이 블랙아웃(대정전)될 처지였다. 설상가상으로 12일에는 당진화력 3호기가 고장으로 멈춰 섰고 서천화력 고장으로 정지했다가 일부 재가동했다. 전력공급능력은 민간발전을 끌어들여 가까스로 7743만㎾를 확보했다. 전력수요는 오후 3시 7971만㎾를 찍었으나 절전규제와 휴가분산, 주간예고, 수요입찰, 전압조정 등의 수요 대책을 동원한 덕분에 7303만㎾로 낮출 수 있었다.

이틀째인 13일은 전날보다 전력부하가 높게 시작했지만 출근시간을 전후해 안정을 되찾았다. 이날 역시 전국적인 폭염으로 전력사용량이 늘어났지만 정부의 수급대책과 국민의 땀나는 절전노력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대정전을 모면한 것은 다행스럽지만 전력 수요관리로 소비를 줄이는 데 드는 비용이 하루에 수십억원에 이르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최악의 전력난이 예상된 12일 정부가 전력 수요관리에 쓴 비용은 41억4000만원에 이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런 식이라면 14일까지 사흘 동안 수요관리에 들어가는 비용만 12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겨울에는 하루 수요관리에 들어간 비용이 70억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1년에 전력피크가 걸리는 비상시간은 전체 8760시간 가운데 600시간가량이다. 지난해 수요관리에 들어간 비용은 4046억2100만원을 기록했다. 2011년에 사용한 687억900만원의 6배에 육박한다.

정부는 올해 수요관리 예산으로 2500억원을 배정했지만 여름철 폭염이 계속되고 겨울철 한파가 기승을 부리면 추가 지출이 불가피하다.

올해 말과 내년에 신규 원전과 대형 화력발전소가 가동하면 숨통이 트일 것이라지만 지금처럼 화력발전이 100% 이상의 출력을 내는 상황에서는 언제 고장이 발생할지 모를 일이다. 언제까지 부족한 전력을 걱정해야 하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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