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합작사와 투자사를 대거 정리하면서 현재 주력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합작 관계에만 집중하는 쪽으로 투자 전략을 바꿨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던 5대 신수종 사업이 당초 기대와 달리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미래전략 새판 짜기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미래전략의 윤곽이 나올 때까지 돈 되는 사업에 집중해 체력을 기르겠다는 포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합작사나 지분 투자사를 차례차례 정리하고 있다. 지난달 그룹 차원에서 `5대 신사업 추진단`을 해체하며, 기존 신수종사업 전략을 폐기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1년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사업을 시게이트에 매각한 후 2012년에는 광디스크드라이브(ODD) 사업에서도 손을 뗐다. 필리핀 ODD 전문 생산법인 SEPHIL(Samsung Electronics Philippines Manufacturing)을 광픽업모듈 제조업체인 옵티스에 250억원을 받고 팔았다.
지난달에는 발광다이오드(LED) 소재인 사파이어 웨이퍼·잉곳을 생산하는 SSLM(삼성스미토모머티리얼즈) 투자 지분 50%도 스미토모화학에 넘기기로 했다. 업계 소식통은 “삼성전자는 이외에도 합작·투자 전략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또 다른 지분 매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인적·물적 자원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한 고려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HDD·ODD에 투입하던 자원을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로 돌리고, LED 사업 역시 반도체 사업 역량을 살릴 수 있는 칩·패키지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최근 LED 조명 완제품 사업을 소비자가전(CE) 사업부로 옮긴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대신 현재 주력 사업에 힘을 실을 수 있는 투자는 지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일본 샤프와 팬택에 지분 투자를 단행한 것이나, 지난주 관계사인 제일모직과 함께 독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전문업체인 노바엘이디를 인수한 것이 단적인 예다.
삼성 내부에서는 신수종사업 발굴에 대한 위기감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5대 신수종 사업으로 꼽았던 LED, 이차전지, 태양전지,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중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낸 사업은 없다. 미래 전략을 추진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다는 해석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최근 미래전략실 차원에서 미래 전략을 수립할 전문가들을 계속 물색 중”이라며 “외부 자문도 병행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