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S4 전면 상하좌우 테두리(베젤) 부분을 자세히 보면 작은 다이아몬드 모양 무늬가 커버유리 안쪽에 수놓여 있다. 제품을 조금 더 고급스럽고 돋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백색가전에서 쓰이던 데코레이션 개념이 스마트폰에 적용된 첫 사례다.
이 무늬가 쓰인 용도는 또 있다. 스마트폰 커버유리 밑에는 LCD 또는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패널이 위치하고 그 사이에 터치스크린패널(TSP)이 놓인다. 디스플레이와 TSP가 하나의 모듈을 이룬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려 커버유리가 깨지면 지금까지는 디스플레이와 TSP 모듈 전체를 갈아야 했다. 애프터서비스(AS)센터에 가면 최소한 10만원 이상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전면 커버유리와 아래 얇은 필름만 교체하면 된다. 수리비가 절반 넘게 줄어드는 셈이다.
디자인과 실용성을 모두 잡은 기술은 신소재 필름에 있다. `윈도데코필름(WDF)`이라고 불리는 소재다. 일반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원단에 무늬를 새긴 뒤 광학용점착제(OCA)를 바르고 자외선(UV) 코팅을 해서 만든다.
모바일용 WDF가 시장 개화 첫해인 올해에만 수천억원대 규모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이 필름의 공급가는 장당 약 7000~8000원이다. 지금까지 판매된 갤럭시S4 물량이 2000만대를 넘어선 것을 감안하면 한 모델에서만 약 1400억원의 시장이 만들어졌다. 소재 시장에서 이처럼 단기간에 큰 규모의 시장이 만들어진 건 이례적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3 등 차세대 모델에도 이 필름을 계속 사용할 계획이다. 팬택 역시 차기 `베가` 모델에 이 필름을 사용하기로 했다. LG전자도 WDF 적용을 검토 중이다.
데코필름 시장이 출현 첫해부터 급격하게 커지면서 업계 경쟁도 벌써 가열되고 있다. 이미 시노펙스가 이 시장에 진출했다. 신화인터텍, 태양기전, 우주일렉트로닉스, 코반케미칼 등 기존 부품·필름회사도 시장 진입을 노리고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스마트폰용 TSP업체도 속속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TSP 패턴 증착 기술을 응용하면 WDF를 쉽게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WDF 협력사 체제를 구축하면서 공급 단가 조정에 들어갔다. 향후 가격 인하에 대응하기 위해 스퍼터링, 롤투롤 방식 등 다양한 공정 기술이 검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노트3부터 공급되는 WDF는 단가가 장당 5000원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가격 하락에 의한 수익성 악화보다 시장 성장 속도가 빨라 소재 업계로서는 선점을 노릴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