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2.0]`진화한`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자동차 블루링크 시스템 시장성을 조사해 본 결과 소비자는 약 15만원의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원가는 6만원이지만 애플리케이션과 단자를 함께 제공할 예정입니다. 그만큼 수익을 많이 낼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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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완성품 메이커에 타당성 조사는 해보셨나요? 아무래도 그쪽에서는 부품의 일환이라기 보다는 경쟁자로 생각할 것 같은데요. 법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주영 창업경진대회가 진일보했다. 지난해 대대적으로 첫 번째 대회를 개최한 이후 1년 만에 환골탈태다. 1회가 청년에게 창업을 독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행사였다면 2회부터는 `진짜` 실전이다. 참가하는 업체는 장장 4개월간 예선, 캠프, 사업 실행 평가 등을 거치는 중이다. 최종 입상팀은 9월 초에 가려진다. 지난 9일 양재동 더케이서울호텔(The K 서울호텔)에서 열린 1박 2일 캠프에 앞서 10개의 합격팀이 선정돼 2차 본선을 앞두고 있다.

정주영 창업경진대회가 특별한 이유는 스타트업이 1, 2차로 나눠 진행한 `실제` 사업이 선발 심사 과정에 들어간다는 점이다. 일회성 프리젠테이션(PT)에만 초점을 맞춘 여느 대회와 다르다. 실제로 서류와 예선을 통과한 20개 팀은 지난달 15일부터 20여 일간 1차 사업을 진행하고 이에 대한 결과를 캠프에서 발표했다. 재단은 각 팀에 200만원 한도에서 투자금을 지원했다. 여기에 팀원 인당 10만원의 출자금을 더해 `최종사업비용`을 산정한다.

이 날 류중희 인텔코리아 상무, 권용길 네오플라이 센터장, 이현채 구글코리아 SPM,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한동헌 마이크임팩트 대표 등 성공한 창업가들은 심사위원으로 참석해 사업아이템의 혁신성 및 사회적 영향, 기술성과 시장성, 사업능력 및 태도 등을 기준으로 심사했다. 총 10개 팀이 캠프에 합류하고 멘토링을 통한 2차 사업을 앞두고 있다. 이들 업체는 2차 사업으로 실제 수익을 올리고 사업성을 검토 받는다.

참가자의 참신하고 이색적인 아이템들도 눈길을 끌었다. 통합 스터디 검색엔진, 온라인 의류 구매 사이즈 문제 솔루션, 길드 전문 모바일 채팅 서비스, 자폐아들의 사회성 향상을 위한 로봇, 카페의 남는 공간을 활용한 공간 플랫폼, 유아 교육용 화분 판매, 장애인용 자전거 등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망라하는 사업들이 선정됐다.

팀들은 짧은 시간이나마 실제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현실과 이상에 대한 괴리를 깨달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참가자는 “몇 개월간 대회에 올인했다”며 “사업계획서와 현실은 90% 정도 달랐다”고 말했다. 캠프에서 선발된 10개 업체들은 향후 2주간 이들 심사위원 멘토링을 받는다. 멘토들은 본인이 원하는 2개 팀을 이미 선정했다. 심사위원의 혹독한 일대일 멘토링을 받은 스타트업들의 실질적인 변화도 결선 관전 포인트다. 총 상금 규모는 6700만원 가량으로 대상 1팀, 최우수상 2개팀, 우수상 3개팀 등이 선정된다.

김종화 카카오신규사업부장, 안오준 카레클린트 대표가 특강자로 참석해 `창업과 매각에 대한 경험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눴다. 김 부장은 데일리픽 공동창업자로써 티켓몬스터 등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안 대표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 재학 중이면서 네이버 파워블로거에 선정돼 유세를 탔다.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전국을 순회하며 설명회를 여는 대회도 드물기 때문. 올해 재단은 5월 울산을 시작으로 충북, 충남, 강원, 부산, 광주, 제주 등을 순회했다. 한동헌 대표, 최승윤 대표, 표철민 대표, 김봉민 대표 등 성공한 창업가들이 연사로 참석해 `기발토크` 코너를 통해 학생들과 소통했다. 예선을 통과한 전국 출신 한 학생은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 창업한 팀이 본선에 진출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보면 창업 분야에서도 서울과 지방 간의 격차는 어쩔 수 없다”며 “아산나눔재단처럼 전국적으로 지원하는 대회가 많아졌음 좋겠다”고 말했다.

아산나눔재단은 2011년 아산 정주영 선생의 서거 10주기를 맞아 정몽준 명예이사장이 중심이 돼 총 6000억원의 출연금으로 설립되어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게다가 단순한 상금 수여에 머물렀던 기존 창업대회와 달리, 수상자들은 1000억원 규모 `정주영 엔젤투자기금`의 우선 투자검토 대상자로 선정해 실질적 지원을 할 계획이다. 실제로 애드투페이퍼 등은 스타트업치고 큰 규모의 자금을 투자받기도 했다. 투자대상자로 선정되면 투자 및 해당분야 전문가와의 멘토링을 시작으로 사업성 여부에 따라서는 해외 진출까지 지원받는다.

강철호 사무총장은 “경진대회는 예선을 통과한 대학생 창업팀에 투자금 형식의 시드머니를 지원함으로써 실제창업 과정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선배 벤처 기업인들이 멘토로 참여하여 창업의 전 과정을 지도하게 된다”며 “실질적이고 창의적인 스타트업이 지원을 받아 청년들의 도전정신이 고취되는데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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