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설치(設置)

어떤 목적에 유용하게 쓰기 위해 기관이나 설비 등을 만들어서 두는 일을 `설치(設置)`라고 한다. 미술계에서는 `전시회를 위해 작품을 배치하고 거는 작업`을 말한다. 작품과 공간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일이라 상당한 미적 감각을 필요로 한다. 설치미술 장르가 따로 있을 정도로 중요시 하는 작업이다.

가전제품 설치는 복잡하다. 제대로 기능하는 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이를테면 세탁기는 수평을 잘 잡아야 가동했을 때 흔들림이 없다. 에어컨은 실내기뿐만 아니라 실외기 위치를 잡고 배관을 연결해야 한다. 배관을 위해 벽에 구멍을 뚫기도 한다. TV는 안테나와 오디오는 물론이고 인터넷이나 유선방송용 셋톱박스까지 연결해야 한다. 모두가 설치 작업의 일부다.

인터넷쇼핑몰에서 구입한 TV를 반품하려다 낭패를 봤다. 이사할 빈집으로 배달 온 제품이라 설치하지 못하고 포장만 풀어 두고 간 경우라 쉽게 반품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판매사는 처음부터 반품 의사가 전혀 없어 보였다. 접촉부터 쉽지 않았다. 전화는 아예 받지 않았다. 인터넷 사이트에 문의를 남기는 것이 유일한 통로였다. 우여곡절 끝에 상담코너에 반품요청 글을 남겼지만 판매사는 `불가(不可)`라는 말부터 꺼냈다. 이유도 황당했다. “가전제품은 박스도 상품이라 박스를 개봉한 것은 상품을 훼손한 것이니 반품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내용확인을 위해 포장을 개봉한 경우는 청약철회가 가능하다`는 전자상거래법 조항을 들이댔다. 그러자 “그럼 포장을 다시 해서 재판매할 수 있게 만들어 놓으라”고 억지를 부렸다. 그러더니 “배송기사가 TV에 다리를 조립하고 왔으니 설치까지 완료한 것”이라며 끝내 반품을 거부했다.

판매사가 입주한 인터넷쇼핑몰에 분쟁조정을 요청했지만 판매사 주장을 그대로 전달할 뿐이었다. 인터넷쇼핑몰에서는 `설치`의 개념이 크게 다른 모양이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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