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술 기업 M&A도 R&D다

우리나라 기술 대기업을 향해 해외로부터 인수합병(M&A) 의뢰가 잇따른다. 대기업들도 시장 주도권을 계속 이어가고 미래 신규 사업을 만들기 위해 해외 전문 기술기업을 필요로 한다. 제일모직과 삼성전자가 독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재료 업체인 노바엘이디(NOVALED)를 인수하는 것도 이 맥락에 있다. 삼성은 이로써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 기술 특허와 인력을 확보해 독일 머크, 미국 다우(DOW)와 같은 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기회를 마련했다.

중국 기업도 요즘 해외 기술기업을 무차별적으로 사들인다. 기술력을 빨리 높여 한국을 따라잡겠다는 시도다. 중국 기업 견제가 아니더라도 해외 기술기업 M&A는 부족한 기술력을 벌충할 아주 효과적인 수단이다. 지금은 특히 수요처 수가 줄어 경영난을 겪는 유럽과 일본 기술 기업을 인수하기에 좋은 시점이다. 일본 기업 인수엔 엔저 효과까지 있다.

기술 융합도 M&A를 더 재촉한다. 우리 기술 대기업들이 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이 됐지만 차세대 시장에도 이어가려면 다른 기술을 서둘러 접목해야 한다. 전문 기업 인수가 절실하다. 우리 기업도 글로벌화 하면서 인수한 해외 기업 임직원이 문화 갈등으로 이탈하는 문제도 개선됐다. 해외 M&A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로 인해 국내 전문 기술기업 M&A 시장이 위축될까 걱정된다. 가뜩이나 `문어발 확장`이라는 멍에가 씌워져 국내 기업 인수엔 소극적인 대기업들이다. 해외만 바라보면 이렇게 된다. 정부가 전문 기술기업 M&A를 핵심 동력으로 삼은 창조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정작 외국 기업은 우리 기술기업 인수에 적극적이다. 특히 국내 대기업 협력업체가 집중 타깃이다. 중국기업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전문가들은 M&A를 연구개발(R&D)과 동일하게 봐야 한다고 주문한다. 당장 비용이 많이 들지만 시간을 단축시키는 R&D라는 시각이다. R&D 투자에 세제 혜택을 주듯이 기술 확보를 위한 M&A 투자에도 뭔가 혜택을 줘야 한다. 그래야 제값을 주고 사려 한다. 대기업의 국내 기술기업 M&A를 보는 부정적 시각을 이제 교정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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