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상반기 디스플레이 시장 세계 4강인 한·중·일·대만의 희비가 뚜렷하게 갈렸다. 1위인 한국이 경기 침체로 울상을 짓는 동안, 일본·중국·대만 기업들은 동력을 마련해 성장을 노리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는 지난 상반기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거뒀으나, 일본 기업들은 엔저를 등에 업고 재기를 노리고 있다. 대만 기업들은 경쟁사인 중국 패널 업체들이 성장하는 와중에 차별화 전략으로 살길을 마련했다. 중국은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는 상황이다.
지난해 저점을 찍고 상승세를 탔던 국내 기업들은 올해 다시 기세가 꺾였다. 예상보다 시장 침체 여파가 컸던 탓이다. 1분기에는 재고 조정이 문제였고, 2분기에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중단이라는 악재가 나타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2분기 모두 전년 대비 매출이 하락했다. LG디스플레이는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늘었지만, 1년전 실적이 워낙 추락했던 탓에 상대적인 효과일뿐이다. 문제는 하반기다. 블랙 프라이데이를 앞둔 9월과 10월은 최대 실적을 올려야 하는 시기지만, 중국은 보조금 지급 중단으로 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했으며 미국과 유럽에도 특별한 호재가 없다. 이 때문에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우리를 추격중인 해외 기업들은 대조적인 모습이다.
일본 업체들은 아베노믹스 영향 덕분에 적자폭을 줄이거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 해 5453억엔(약 6조3000억원)의 엄청난 적자를 기록한 샤프는 지난 2분기 30억엔(약 34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순손실 폭도 줄어드는 추세다. 삼성전자 등의 투자를 받으며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고, 엔저 영향으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주된 요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파나소닉과 소니도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됐다.
독보적인 성장 곡선을 그린 곳은 역시 중국이다. 중국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풀가동을 시작한 이후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관세를 인상하면서 나타난 효과로도 해석된다. BOE와 CSOT는 1분기 최대 실적을 거둔 데 이어 2분기 역시 기록을 갱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공격적인 투자로 인해 이익률은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만 패널 업체들은 위기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텃밭이었던 중국 TV 시장을 현지 패널 업체들에게 빼앗기고 있지만 차별화 전략을 잘 구사해 위기를 모면했다.
AUO는 지난 2분기 1123억3500만 대만달러(약 4조2000억원)의 매출을 거둬, 지난 해 2분기 951억8900만 대만달러(약 3조5000억원)보다 18% 성장했다. 틈새 사이즈 제품을 발굴하고, 임베디드 터치스크린패널과 같은 차별화 전략을 취한 덕이다. 중국 TV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이노룩스의 매출은 다소 줄었지만, 감소폭은 0.9% 정도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공격적인 투자, 일본의 엔저, 대만의 틈새 전략 등 모두 한국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며 “한국만이 확실하게 점할 수 있는 프리미엄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