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설익은 음원 종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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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중 10년간 일명 `모태 솔로`로 마음 고생을 했던 사람이 있다. 그의 외모는 나쁘지 않다. 이성을 만날 기회가 적었던 것도 아니다. 주말마다 소개팅 일정으로 친구 만날 시간도 적었던 그였다.

그는 최근 10년간의 솔로 생활을 탈출했다. 의외로 간단했다. 즐겨봤던 드라마를 끊은 후에야 이성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드라마 속 왕자님을 현실에선 만날 확률이 극히 적다는 `현실 감각`을 찾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슬프게도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거울을 매일 보는 일반인도 이 사실을 착각하고 사는데, 더 나은 사회 만들기가 목표인 정부는 오죽하랴. 최근 음악 업계에서 정부가 현실 감각을 상실한 사례가 있었다. 바로 음원 종량제다. 종량제는 음악 저작권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으로 잘만 된다면 이상적인 조치다.

하지만 정부는 우리나라 현실을 보지 못했다. 아직 많은 이들은 무형의 콘텐츠에 대한 제값을 내지 않는 일이 많다. 웹하드, 드롭박스 등 수많은 블랙마켓이 존재한다.

요금제 인상에 대한 소비자 실태 파악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상`만 좇아 종량제는 시작됐다. 음악을 사용하는 주체인 소비자에 대한 제대로 된 설문조사 한 번 없었다.

종량제가 시행되면서 음원서비스 사업자들은 스트리밍 횟수에 따라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돼 자연스레 음악 요금이 평균 3000원가량 올라갔다.

예상된 부작용이 나오기 시작했다. 멜론, 소리바다, 벅스뮤직, KT뮤직 등 대부분의 음악서비스 사업자는 가입자의 서비스 해지율이 제도 시행 전보다 늘어났다고 입을 모았다. 유료 가입자가 블랙마켓으로 대거 이탈한다면 음악을 만드는 이들에게 돌아갈 몫은 적어진다. 종량제의 원래 취지가 무색해진다.

한 음악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종량제에서는 소비자, 사업자, 권리자 모두 행복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종량제의 방향성은 좋지만 정부는 현실을 결코 무시해선 안 된다. 소비자의 실태 파악이 선행된 후 종량제를 차근차근 밟아가는 현실 감각이 요구된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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