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에게 글을 왜 쓰냐고 묻는다면 지나간 날이 그립고 때로는 눈물겨우며, 지금 살아가는 세상이 너무나 경이롭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날이 너무나 가슴 뛰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글은 과거의 찬란한 슬픔을 기쁨으로 전환시켜 주고, 지금의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무한한 행복으로 바꿔주며, 아직 살아보지 못한 미래의 불확실성을 뜨거운 가슴으로 달래주는 지상 최대의 흥분제이자 각성제라고 생각한다. 누가 나에게 어떻게 책을 많이 쓰냐고 묻는다면 쓰지 않으면 쓰러지기 때문이고, 쓰면 쓰임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단 한 사람의 독자가 없어도 시를 쓴다는 조병화 시인처럼, 쓰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지를 스스로에 물어보라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처럼 뭔가를 쓰지 않으면 잠을 이룰 수 없게 되었다. 매일 책을 읽고 뭔가를 시도 때도 없이 쓰고, 닥치는 대로 쓰며, 색다른 자극을 받을 때 마다 아무렇게나 일단 쓴다. 쓰고 나서 글의 흐름을 정하고 뼈대를 만들며 살을 붙여놓고, 필요하면 사례나 예화를 덧붙이고, 불필요한 부분은 다이어트를 하면 한 편의 글이 탄생하고 한 권의 책이 쓰여진다.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며, 머리로 생각하고, 귀로 들으면서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세상의 모든 자극이 나에게 글감으로 다가온다. 나는 그것을 단지 받아 적었을 뿐이다. 오감을 열고 온몸으로 느껴보라. 세상천지를 단감보다 맛있는 자신감으로 바라보고 느낀 소감을 가감삭제 없이 우선 받아 적어본다. 모두가 나의 글발을 자극하는 글감으로 다가온다. 가급적 말발을 자제하고 글발로 세상을 포착한 다음 끗발로 밀어붙이다 보면 뭔가 되어도 된다. 하찮은 일, 쓸 데 없다고 생각한 일, 사소하다고 무관심한 것을 눈여겨보면 하찮지 않고 괜찮으며, 쓸 데 없지 않고 쓸 데가 있으며, 사소하지 않고 소중한 일이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단상] 인공지능으로 재도약하는 국가기술자격시험
-
2
[기고] AI 인프라 경쟁, 국가는 무엇을 설계해야 하는가
-
3
[디지털문서 인사이트]AI 시대, 전자문서는 '보관 대상'이 아니라 '지능형 데이터 자산'이다
-
4
[ET톡] 통과보다 중요한 '설계의 시간'
-
5
[전문가기고] 인문학 통한 게임 과몰입 치유의 의미 “현실 속에서 삶을 선택할 힘을 회복하다”
-
6
[부음] 조은숙(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본부장)씨 남편상
-
7
[인사] 에코프로
-
8
삶의 본질을 묻는 인문 철학적 에세이 출간 '산다는 것은'
-
9
[인사] 신한라이프
-
10
[부음] 안형준(MBC 사장)씨 장인상
브랜드 뉴스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