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윤창번 전 하나로텔레콤 회장을 미래전략수석에 발탁한 것은 다각적인 포석이다. 우선 지지부진한 창조경제에 속도를 내기 위해 검증된 윤 수석을 조기에 투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동시에 그동안 미래전략수석을 둘러싼 존재감 논란을 차단하고, 확실하게 힘을 싣겠다는 의지도 피력한 셈이다. 신임 윤창번 미래전략수석을 중심으로 창조경제 컨트롤타워가 새롭게 가동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미래전략수석, 창조경제 실세로 부상
박근혜 대통령이 윤 수석을 발탁한 이유는 국정 어젠다인 창조경제 실현과 조기 정착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의지를 안팎에 천명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윤 수석은 지난해 대선 이전 박근혜 대통령 후보 캠프에 합류,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방송통신추진단장을 맡아 현 정부의 정보통신기술(ICT)·방송 분야 정책 및 공약의 밑그림을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당시 윤 수석은 ICT전담부처 신설과 통신요금인하, 콘텐츠 생태계조성 등 ICT 5대 정책과제를 내놓은 바 있다. 대선 이후에는 인수위 경제2분과 전문위원으로도 활약했다. 윤 수석이 누구보다도 박 대통령의 의중과 지향점을 제대로 간파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수석의 창조경제 이해도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다.
박 대통령이 최순홍 전 미래전략수석을 5개월 만에 경질하고, 윤 수석을 임명한 만큼 이전과는 다른 무게감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창조경제에 관한한 미래전략수석이 사실상 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창조경제 방향성 제시해야…역학관계 조정자 자처해야
윤 수석은 “많은 생각과 아이디어들이 좋은 결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일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윤 수석 특유의 추진력을 감안하면 전임 최 수석과는 차별화된 행보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각 부처의 지지부진한 창조경제 정책 구현을 독려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동시에 기존에 발표된 정책 이외의 창조경제 실천을 위한 새로운 대안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 수석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윤 수석은 각 부처에 창조경제에 대한 뚜렷한 방향성과 개념을 새롭게 주문해야 한다. 미래부를 비롯한 전 부처가 여전히 실체가 불분명한 창조경제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미래부뿐만 아니라 전 부처가 창조경제 구현에 나서도록 독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도출되는 문제는 윤 수석이 조정해야 한다.
하지만 윤 수석은 과잉 개입이 부처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미래전략수석과 미래부의 역학관계는 물론이고 ICT 정책 분산 등은 신임 윤 수석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