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융성, 콘텐츠가 만든다]좁은 내수 시장 벗어나 해외서 승부해야

Photo Image
[문화융성, 콘텐츠가 만든다]좁은 내수 시장 벗어나 해외서 승부해야

글로벌 시장분석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지난해 세계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시장규모가 1조6385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추정했다. 전년 대비 5.1% 성장한 수치다. 향후 5년간 5.6%의 고성장을 예상했다. 이 가운데 미국 시장은 4989억달러로 세계 시장의 30.5%를 차지하며 압도적 비중을 자랑했다. 이어 일본(11.7%), 중국(7.0%), 독일(6.0%), 영국(5.2%) 순이다. 상위 5개국의 시장 규모가 전체의 60.4%를 차지한다. 세계 시장 7위 규모인 우리나라(2.7%)를 포함한 상위 10개국의 시장 비중을 더하면 75.0%나 된다. 세계 시장 4분의 3이 이들 지역에 쏠린 것이다. 우리가 좁은 내수 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에 진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애니메이션 제작업체 삼지애니메이션은 지난 4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국제 콘텐츠 전시회 MIP(밉)TV 2013에서 낭보를 전했다. 프랑스 메소드애니메이션, 자그툰, SK브로드밴드와 함께 애니메이션 세븐씨(7Cs)를 공동 제작하기로 한 것이다. 1400만달러(168억원)가 소요되는 대작이다.

윤상철 삼지애니메이션 부사장은 “제작발표회 이후 미국 디즈니와 카툰네트워크 등에서 연락이 왔다”며 “2015년에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유럽과 미국에도 우리가 만든 애니메이션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캐릭터 `뿌까`와 `캐니멀`로 유명한 부즈클럽은 최근 영국 글로벌 미디어 회사 프리멘탈과 캐릭터 `아둔가`를 활용한 TV 애니메이션과 상품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계약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2015년에는 여러 국가에서 TV방영과 상품 판매가 이뤄질 예정이다.

구동현 부즈클럽 부사장은 “한국에서는 상품화나 애니메이션화가 쉽지 않아 내수 시장에 에너지를 쏟기보다 해외에 눈을 돌린 결과”라고 말했다.

영세한 구조에 머물던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캐릭터 산업이 해외 신시장을 잇따라 개척하고 있다.

◇해외시장 두드려라

지난해 미국(66억달러), 일본(22억달러), 영국(12억달러) 세 나라의 애니메이션 시장을 합친 규모는 100억달러다. 세계 애니메이션시장의 58.8%에 달한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산업 규모가 4억달러(5285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3위인 영국도 우리나라의 3배에 달한다. 최근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은 12.9%로 급성장 중이지만 선진 시장과 비교하면 턱없이 작은 수준이다.

이는 애니메이션 산업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영화 역시 미국시장은 388억달러로 우리나라(19억달러)의 12배에 이른다. 음악시장은 미국(42억달러)과 일본(39억달러)이 양분하는 시장으로 전체 시장(159억달러)의 절반을 넘는다. 우리나라 시장 규모가 1억7840만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거대시장이다.

좁은 내수 시장을 고려하면 한국 기업들은 해외진출에 나설 수밖에 없다.

드라마, 게임, 음악, 영화 등 우리 문화가 세계에 확산되면서 미국과 유럽에까지 친숙해진 것은 우리나라 콘텐츠기업으로선 기회다. 실제 수출도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만화에 이르기까지 장르별로 다양해졌다.

◇기술 흐름 맞춘 시장전략 짜라

업계 관계자들은 시장이 크다고 무작정 해외 진출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충고했다.

윤상철 삼지애니메이션 부사장은 “미국이나 유럽 시장이 크지만 그만큼 경쟁자가 많다”며 “직접적인 시장 진출보다 단계적인 시장 개척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이나 유럽은 시장이 큰 만큼 제작비용도 국내의 수십배에 달하고 마케팅망을 확보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콘텐츠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영세한 한국 기업이 자칫 거대시장에서 실패하면 회복하기 어려운 모험이 될 수 있다”며 “제작 여건이나 우리 문화나 기술에 친숙한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시장 접근으로 해외 사업 모델을 학습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단독으로 콘텐츠를 기획해 마케팅하는 것보다 공동제작이 유리하다는 분석도 내놨다.

윤 부사장은 “애니메이션 세븐씨가 프랑스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꾸준한 해외 공동제작과 비즈니스 미팅이 밑거름이 됐다”며 “동남아시아는 제작비가 저렴하고 우리 문화에 친숙해 해외시장 접근에 유리하다”고 전했다.

장르마다 차이가 있지만 새로운 플랫폼을 활용한 해외시장 진출도 고려 대상이다.

드라마 제작사인 아시아콘텐츠센터코리아 이명석 대표는 “싸이가 유튜브를 통해 `강남스타일`을 세계에 알렸듯 드라마나 방송용 콘텐츠를 무선인터넷 플랫폼을 대상으로 제작하면 제작비도 낮고 유통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며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을 활용한 전략도 적극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

정미경 아이코닉스 상무도 “미국이나 유럽 선진시장의 경우 쿼터제나 보수적인 방송 정책 때문에 직접 진출은 쉽지 않다”며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진출이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 뒷받침돼야 성공적 시장 진출

해외 시장 진출의 다양한 성공사례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금융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캐릭터 업체 관계자는 “캐릭터 산업이 해외에 진출하려면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데 투자회수 기간이나 산업 여건상 한국내 투자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한 캐릭터를 론칭해 시장에서 인정받는데 5년이란 시간과 수십억원의 자금이 필요한데 이마저 제대로 성공하지 못하면 추가 신규 캐릭터는 엄두를 낼 수 없다고 했다. 벤처캐피털이나 모태펀드 등에서 투자회수 기간이 긴 콘텐츠 산업에 투자를 꺼리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오는 9월 설립될 콘텐츠공제조합에 거는 기대가 많다.

이 관계자는 “콘텐츠공제조합이 영세 콘텐츠 기업을 위해 신용보증을 담보해주고 투자를 알선해주는 것은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초기 자금운용 규모가 크게 마련되지 않으면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그는 “수년간 자금조성 규모가 1000억원에 그친다면 수많은 영세 콘텐츠 기업의 언 발을 녹여줄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주요 국가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시장 규모

자료: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