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직원 5명으로 출발한 SAP가 120여 개국 6만5000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는 전 세계 기업용 소프트웨어(SW) 시장을 선도하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SAP는 `연구개발(R&D)`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꼽는다. 실제로 SAP는 매년 매출의 약 15%를 R&D에 쏟아붓고 개발 인력만 1만8000명이 넘는다. 오로지 SW만 다루는 SAP에게 R&D 투자란 다른 말로 `인재관리`다. 지금의 성공 신화는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인적자원관리(HCM)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세상에 없던 인재관리 시스템 도입하다= SAP는 지난해부터 인적자원관리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간의 SAP 인재 철학을 반영한 획기적인 솔루션이 나오자 4조원의 거금을 들여 선뜻 인수했다.
그 주인공이 클라우드 기반의 인적자원 및 성과관리 시스템 `석세스팩터스(SucessFactors)`다. SAP는 세계 최초로 석세스팩터스를 처음 적용했다. 지금은 LG전자, 두산중공업, 지멘스, 코카콜라, GM, 시만텍 등 전 세계 6000개 기업 2500만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인재 관리의 핵심은 공정한 평가와 보상이라는 게 SAP의 철학이다. 전통적 인재 관리 방식에서는 직원에 대한 평가가 1년에 고작 1~2회 이뤄진다. 평가자 역시 직속 상관이 대부분이어서 공정성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석세스팩터스는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평가를 1년 내내 수시로 할 수 있다. 평가 주체는 상사는 물론이고 동료와 업무 관계자들이 참여해 최대한 객관에 근접한 평균치를 낸다.
해당 솔루션 도입에 따라 SAP는 인력 계획부터 채용, 수습·연수, 목표·성과관리, 평가·보상, 교육·훈련, 핵심인재·후임자 양성까지 시스템에 기반한 완벽한 관리가 가능해졌다.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협업을 증진시킬 수 있었다.
형원준 SAP코리아 사장은 “처음 석세스팩터스를 도입했을 때 직원들은 상시 평가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했지만 지금은 한층 공정한 평가에 따른 적절한 보상과 생산적인 피드백을 통해 자신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신뢰 분위기가 생겼다”며 “석세스팩터스는 단순한 인적자원관리 도구가 아니라 직원들이 마음껏 자신의 역량과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유도하는 인재 플랫폼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차별화된 기능으로 체계적 관리 가능= 석세스팩터스는 기존 핵심성과지표(KPI) 솔루션과 다르다. 단순히 업무 목표를 입력하고 나중에 지켜졌는지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객관적이고 다각적인 평가가 가능하도록 다양한 기능을 구비했다.
SAP 직원들은 석세스팩터스에서 자신의 목표가 타 부서와 어떻게 연계되는지 파악하며 업무를 수행한다. 경영진은 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모든 과정은 클라우드 시스템과 직원 개인의 스마트폰 상에서 의사소통을 거쳐 가며 진행된다.
이를 통해 기업 전체 목표의 수립과 공유, 모니터링, 이력관리를 통해 사장부터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목표와 구체적인 실행 전략에 대한 이해 수준을 통일할 수 있다. `동상이몽`이 없어지도록 돕는 셈이다. 이밖에 실제 역량과 기대 역량 간 격차를 알려주는 `360도 다면평가` 기능도 남다른 특징이다. 업무 과정과 승인 절차마다 그에 맞는 최적의 평가자를 골라 맡기기 때문에 더 정확한 평가가 가능해진다.
보상을 줄 때 역시 석세스팩터스만의 시뮬레이션 기법을 활용한다. 평가 결과에 따라 연봉, 성과급, 스톡옵션, 보너스 등을 팀 관리자가 시뮬레이션해 구성원에게 효율적으로 분배한다. 성과관리 모듈과 연결돼 회사의 정해진 예산 안에서 투명하게 보상을 관리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소셜 플랫폼 결합이다. SAP는 회사 내부의 지식, 전문기술, 아이디어 등을 직원들이 자유롭게 공유하도록 도와주는 소셜 플랫폼 `잼`을 이용한다. 잼은 동영상, 오디오 등의 콘텐츠를 제작, 공유, 검색할 수 있으며 커뮤니티를 통해 사내에서 자발적으로 학습하도록 지원한다. 비디오, 캐스팅, 포럼, 블로그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개인별 학습 기여도를 분석해 통계로 보여준다.
◇하위 성과자 줄어들고 직원 잠재력 극대화= 석세스팩터스를 적용한 후 SAP는 하위 성과자가 눈에 띄게 줄고 상위 성과자가 늘어난 효과를 거뒀다. 상관, 동료 등 많은 조직원들의 평가를 기반으로 자신을 다듬기 때문에 맡은 업무나 부서가 바뀌어도 영향 받지 않고 꾸준히 역량을 키울 수 있다. 그 결과 하위 성과자 및 중간 성과자의 잠재력이 극대화되고 상위 성과를 내는 인재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석세스팩터스 기반의 인재관리 시스템은 SAP의 공동 CEO인 빌 맥더멋과 짐 하게만 스나베를 최고의 경영자 반열에 올렸다. 최근 미국 취업 포털 사이트 글라스도어에 따르면 직원들에게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CEO 순위 중 SAP CEO는 페이스북에 이어 2위에 올랐다.
SAP 매출 추이
※ 환율: 2013년 7월 18일 기준(1유로= 1473.79원)
(자료: SAP)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