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충전선수금 놓고 `땅가르기`…교통 카드사업자 이권다툼

두 동강 난 교통카드

교통카드 이권을 둘러싼 잡음은 정부 부처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교통카드 이권을 둘러싼 사업자 간 대립은 국내 교통카드 시스템의 선진화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꼽힌다. 단적인 예가 바로 충전선수금 문제다.

국내 교통카드 시장은 한국스마트카드, 이비카드, 마이비가 대부분 독식한 상태다. 한국스마트카드의 브랜드인 티머니는 지난해 카드 보급수만 8500만장, 서울지역의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수도권 점유율도 80%를 넘어 서울과 수도권 지역은 사실상 한국스마트카드가 장악했다. 이비카드는 경기도와 인천광역시·강원도, 마이비는 충청도와 경상 지역의 대표 카드다. 이비카드와 마이비는 롯데카드의 계열사기도 하다. 이 3개사가 국내 모든 교통카드 사업을 쥐락펴락한다.

하지만 한국스마트카드와 이비카드·마이비는 충전선수금을 그 지역에서 독점하기 위해 자체 충전소만 운영한다. 이들 3개사의 카드는 호환이 가능하다. 문제는 해당 지역에서 충전 호환을 막아놨다. 즉 티머니로 부산 지하철을 탈 수 있어도, 마이비 충전기로 충전할 수가 없다. 이러다 보니 사실상 민간사업자간 교통카드 호환도 수년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바로 충전선수금이라는 막대한 이권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교통카드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편의점 등 충전상에 들려 충전을 한다. 그런데 그 충전상은 3곳의 교통카드 사업자에게 현금으로 충전 선수금을 미리 지불하고 해당 충전기기에 그 금액만큼을 내려 받는다. 그 내려 받은 금액으로 사용자에게 충전을 해주는 방식이다.

충전 선수금은 100% 현금장사다. 게다가 선수금 형태로 미리 받는 돈이다. 교통카드 사업자들이 연간 받는 선수금만 수백억원에 달하고 이 돈을 활용해 또 다른 수익 사업에 투자하거나 막대한 이자를 벌어들인다. 때문에 교통 상권을 장악한 한 지역에 다른 사업자가 들어오는 것을 철저히 금지한다. 이미 각 지역별로 벌어들이는 선수금이 꽤 되기 때문에 각 사업자간 암묵적인 카르텔까지 형성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교통카드 호환이 될 리가 만무하다. 전국 호환카드가 발급된다고 하더라도, 충전 인프라가 호환되지 않아 무용지물인 셈이다. 여기에 더해 교통카드 사업자는 별도의 카드 낙전수익을 따로 챙긴다. 교통카드를 처음 구매할 때 사용료 비슷하게 돈을 지불한다. 나중에 이를 돌려받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이를 분실하는 경우가 많다. 분실하면 처음 지불한 돈은 고스란히 교통카드 사업자의 낙전수익으로 잡힌다. 1년에 수십억원의 낙전수익을 앉아서 버는 구조다.

일각에서는 정부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을 중단하고, 민간사업자의 감독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교통카드 사업자는 “고착화한 교통카드 사업자간 이권 다툼이 국내 교통카드 시스템의 선진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소”라며 “정부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을 할 게 아니라 교통카드 정산 등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별도 기관을 설립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표] 교통카드 사용현황 자료-국토교통부

[이슈분석]충전선수금 놓고 `땅가르기`…교통 카드사업자 이권다툼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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