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는 편리한 에너지지만 한 번 만들어지면 저장할 수 없어 모두 쓰거나 남으면 버려야 한다. 에너지저장장치(ESS)는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버릴 필요 없이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스마트그리드를 구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전원이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LG화학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ESS 보급을 확산하기 위해 ESS 설치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대규모 발전사업자는 공급전력의 일정 비율만큼의 ESS를 설치해야 한다.
산업부는 조만간 정보기술(IT)과 ESS를 활용한 에너지수요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한다. ESS 업계는 환영하겠지만 발전사업자엔 청천벽력같은 소리다. ESS는 설치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공급전력의 일정 비율을 의무화하면 그만큼 발전사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윤 장관이 이야기한 대규모 발전사업자는 공식발표가 있어야 알겠지만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 대상 발전사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발전 공기업 8개사와 SK E&S 등 민간 발전사 5개사 등이다. 특히 한국수력원자력을 제외한 발전 공기업 5개사는 지난해 RPS를 이행하지 못해 270억원 가량의 과징금이 부과된 상태다. RPS 이행 비율은 해마다 늘어나는 반면에 발전사의 신재생에너지 설치보급률은 더디게 진행돼 올해 미이행으로 인한 과징금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ESS 보급은 확대해야겠지만 발전 공기업엔 ESS 설치의무가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발전 공기업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행하겠지만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 압박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ESS는 스마트그리드와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빼 놓을 수 없는 만큼 의무설치를 RPS와 연동하면 어떨까. ESS 설치 용량을 RPS 이행 실적으로 인정해주면 대형 발전사도 수긍하고 적극적으로 도입할 것이다. 차세대 유망 산업인 ESS 시장도 활성화하고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원으로 발전한 전기를 저장했다가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ESS 정책은 산업을 규제하는 것보다 진흥하는 수단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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