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즈실험실] 한경희 에어프라이어 `딜라이트 AF-1000`
입소문 마케팅의 홍수 속에서 진정한 소비자 의견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블로그, 까페, SNS, 리뷰기사의 댓글까지 익명의 후기가 넘쳐나는 시대다. 컨슈머저널 이버즈(www.ebuzz.co.kr)는 전문가와 일반인이 직접 사용해보고 솔직하게 평가하는 100% 리얼 체험기 `버즈실험실`을 연재한다. 버즈실험실은 실험 전 전문가의 조언이나 정해진 시나리오 없이 프리스타일로 진행하는 소비자품평 행사다.
세심하게 살펴보고 꼼꼼하게 따져보기 좋아하는 소비자라면 관련 전문가는 물론이고 일반인도 실험에 참여할 수 있다. 신청메일은 news@ebuzz.co.kr 문의 (02)3665-4222
Q. 바삭바삭한 튀김의 맛, 기름 없이도 가능할까요?
튀김은 고소한 맛과 함께 바삭바삭한 식감 때문에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다. 하지만 높은 열량과 트랜스 지방산 때문에 맘껏 먹기엔 부담스럽다. 에어프라이어는 말 그대로 기름이 필요 없는 신개념 튀김기다. 고속으로 공기를 순환시켜 주면 재료 자체가 함유한 지방만으로도 담백하고 깔끔한 튀김이 가능하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주장이다.
◇기름 없이도 맛있는 튀김, 과연 가능할까
홈쇼핑 방송을 보면 돈까스, 오징어, 생선, 닭다리 뭘 튀겨도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출연자의 시식장면에서는 소리까리 바삭거릴 정도로 식욕을 돋운다. 그런데 정말 기름이 없어도 맛있는 튀김이 가능할까.
컨슈머저널 이버즈에서는 제품 구입을 망설이는 소비자를 위해 10명의 평가단을 구성해 `버즈실험실 에어프라이어편`을 진행했다.
버즈실험실 에어프라이어편에서는 소비자평가단 세 명, 푸드 전문가 다섯 명, 이버즈 기자 두 명이 참가했다. 한국판 미쉘린가이드인 `다이어리R`을 발간하는 이윤화 쿠켄네트 대표를 비롯해 푸드마케팅전문가 백혜원씨, 푸드기획전문가 경인영씨, 맛집 전문 임자인씨, 레스토랑 전문 이보라씨가 푸드 전문가그룹으로, 소비자평가단에는 인터넷까페 `여놀(여자들의 놀이터)`을 운영하는 김희수씨, 살림9단의 주부 블로거 신영은씨, 주부까페에서 `옴므줌마`로 통하는 파워블로거 곽경민씨가 참가했다.
테스트 장소는 조리시설과 주방이 갖춰진 쿠켄네트의 오픈치킨, 실험대상은 국산 에어프라이어의 대표격으로 많은 소비자가 궁금해 하는 `한경희 에어프라이어 딜라이트(AF-1000)`를 선정했다.
실험 당일 쿠켄네트에 모인 참가자들은 새우, 만두, 냉동감자, 냉동치킨, 오징어 등의 재료를 가지고 기름 없이 원재료로 조리했을 때와 기름을 바르고 조리했을 때 맛의 차이를 확인해봤다. 오픈키친의 테이블 위에는 한경희 에어프라이어 딜라이트와 미리 준비해 놓은 식재료가 놓여 있었다. 세 시간여에 걸쳐 실험참가자들은 레시피 북을 참고해가면서 직접 튀김을 만들어봤다.
조리방법은 먼저 기름 없이 튀겨본 후 요리용 기름솔로 표면에 골고루 기름을 발라주고 다시 한 번 튀겨서 맛과 식감을 비교해봤다. 평가방법은 5점 척도 기준으로 매우불만족(1점), 불만족(2점), 보통(3점), 만족(4점), 매우만족(5점)으로 잡았다.
버즈실험실 분위기는 사회자나 짜여진 순서가 없는 공개실험이라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지만 첫 번째 식재료인 새우튀김을 시식한 후부터 활발한 토론과 함께 자연스럽게 실험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새우튀김-실망스러운 맛과 비주얼
새우에 튀김옷이 입혀진 냉동식품인 동원 생새우튀김(30개) 중 절반을 기름 없이 15분간 조리했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새우는 어느 정도 익은 것 같은데 밀가루 맛이 그대로네요. 먹기가 힘들 정도에요.” “희멀건한 밀가루 색이 그대로 묻어나네요. 튀겼다고 보기 어려운데요.” 참가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평가결과도 충격적. 10명 전원이 매우불만족을 선택했다. 기름을 두르고 조리해 봤지만 혹평을 피하지 못했다. 파워블로거 곽경민씨는 “성능 문제라기보다 충분히 예열을 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면서 “곧바로 튀겨도 된다고 써있는 레시피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냉동만두-호불호 평가 모두 엇갈려
`고향만두 잡채맛`을 기름 없이 5분 조리했다. 평가결과는 매우만족 2명, 만족 1명, 보통 4명, 불만족 3명 순이었다. 일단 겉으로만 보면 노릇한 색은 나지만 수분기가 거의 없이 아주 건조한 상태로 보였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조리해야 되는 번거로움이 없어 간편하네요.” “튀김맛과는 좀 다른 군만두 느낌이에요” “수분이 많이 날아가서 식감도 썩 좋지는 않네요.” 호불호가 갈렸다. 그럼 기름을 발라 조리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매우만족 2명, 만족 6명, 보통 1명, 불만족 1명으로 평가점수가 눈에 띄게 올라갔다.
◇감자튀김-기름을 바르지 않아도 바삭
아이들 영양 간식이지만 집에서 한 번 하려면 기름범벅이 되는 감자튀김은 어떨까. 기름 없이 튀겨본 결과는 기대보다도 훌륭했다. “적당히 잘 익었고 식감도 괜찮아요. 기름 없이 조리해도 담백한 맛에 자꾸 손이 가네요.” 불만족을 표시한 참가자가 없었을 만큼 칭찬일색이다. 매우만족 1명, 만족 7명, 보통 2명의 결과가 나왔다.
그럼 기름을 바른 결과는 어떨까. “저는 담백한 것도 좋지만 고소한 감자튀김 맛을 느끼려면 역시 기름을 바르는 게 정답이네요.” 평가점수는 매우만족 4명, 만족 4명, 보통 2명으로 나타났다.
◇닭다리-튀긴 닭보다는 구운 닭 느낌
실험재료는 하림 IFF 북채. 냉동돼 있는 생닭이라 해동시간을 20분 정도 가진 후 25분간 조리했다. 긍정적 반응도 있었지만 이번에도 평가는 엇갈렸다.
“튀긴 닭이라기보다는 구운 닭을 먹는 느낌이랄까요.” “맛이 너무 없네요. 프라이드 치킨에 생맥주를 시켜먹고 싶어집니다.” 5명이 보통이라고 응답했고, 만족 2명, 불만족 1명, 매우불만족 2명이었다. 반면에 기름을 둘렸을 때는 4명이 보통, 만족 2명, 불만족 1명, 매우불만족 3명으로 비슷한 점수분포를 보였다. 원재료에 함유된 기름이 워낙 많아 기름을 바른 것이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오징어튀김-바삭한 식감으로 호감 상승
생물 오징어를 손질한 후 빵가루와 밀가루로 튀김옷을 직접 입혀 10분간 조리해봤다. 기름을 두르지 않았는 데도 먹음직스러운 오징어 튀김이 만들어졌다. 얼핏 보면 어니언링 같은 비주얼이다. “식감이 바삭하고 맛도 있네요. 잘 튀겨진 것 같아요.” 새우튀김과는 달리 시식분위기가 좋아졌다. 평가결과도 매우만족 2명, 만족 4명, 보통 2명, 불만족 2명 등 전체적으로 후한 점수가 나왔다. 이어 기름을 바르고 조리하자 더욱 맛있다는 반응이다. 결과는 매우만족 3명, 만족 5명, 보통 1명, 불만족 1명 순이었다.
A 제대로 맛 내려면 역시 `기름칠` 좀 해줘야죠
돌직구 질문 “이 제품 이 가격 구매하실 생각 있나요?”
곽경민(39):Yes. 주부들의 로망 만족시켜 주므로 구매가치 충분
“공기로 튀겨진다는 건 과장된 마케팅일 뿐 사실은 기름을 발라야 맛있다. 그럼에도 위시리스트에서 뺄 생각은 없다. 기름을 덜 섭취하는 것만도 큰 메리트다. 아내에게 꼭 선물해 주고 싶은 아이템이다. 여자들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명품가전에 대한 로망을 채워줄 수 있다면 구매가치는 충분하다. 따뜻하게 입으려고 비싼 모피코트 사는 건 아니지 않는가. 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 적정가는 20만원대 초중반이라고 본다.”
신영은(46):No. 주방에 자리만 차지할 애물단지는 사양
“실험실에 오기 전에 사전정보를 수집해 봤다. 제품을 써본 엄마들이 맛은 크게 기대하지 말라고들 했다. 하지만 고소한 트랜스지방을 조금만 포기하면 담백하면서 건강한 튀김을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실제 맛을 보니 실망이 컸다. 주방 한 구석 자리만 차지할 애물단지를 살 생각은 없다. 굳이 값을 매기자면, 10만원선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값 주고도 안 산다.”
김희수(45):No. 아무에게도 추천하기 싫은 제품
“직접 써보고 만족스럽지 못하면 카페회원에게 추천하지 않는 성격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제품이다. 편의성은 전자레인지에 떨어지고 맛은 프라이팬이 뒤쳐진다. 차라리 홍보 동영상에 기름칠하는 장면을 넣고 튀김보다 기름 섭취를 줄여준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주부들에게 어필할 듯하다. 제조업체 상품개발팀엔 너무 냉혹하게 들리겠지만 내 멋대로 적정가격은 5만~6만원선이다.”
맛- 튀김의 고소함을 기대한다면 글쎄
튀김의 고소한 맛을 기대한다면 한계가 뚜렷한 제품이다. 감자튀김이나 냉동만두처럼 담백한 맛의 간식거리로는 합격점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킨, 새우 등은 튀겼다기보다 퍽퍽하게 구운 느낌이다. 입맛은 주관적이지만 프라이팬 조리법에 비해 맛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올리브유를 살짝 발라주면 훨씬 맛은 살아난다. 반조리된 인스턴트 식품이나 배달치킨이 냉동실에 쌓이는 싱글족이라면 전자레인지보다 훌륭한 맛으로 남은 음식을 데워먹을 수 있다.
편의성-프라이팬보다 훨씬 쉽고 간편
대체로 만족스러운 편이다. 프라이팬으로 튀기는 번거로움에 비하면 조작은 훨씬 간편하다. 골고루 익히려면 적절한 타이밍에 수동으로 흔들어 섞어줘야 하는데 그다지 큰 수고는 아니다. 내용물을 꽉 채우면 재료에 따라 서로 엉겨 붙는 등 요리의 완성도가 뚝 떨어질 수 있다. 4인 가족이 넉넉히 먹으려면 한꺼번에 튀겨내기 어렵다. 윙 하는 소음과 함께 실내공기가 금방 혼탁해지기 때문에 환기는 필수다.
디자인-세련되지만 조명창은 개선을
상당히 세련된 색상과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 만하다. 업체에서 차별화된 장점으로 내세우는 투명 창은 크기가 작아서 한눈에 조리과정을 확인하기 힘들다. 기왕 조리과정을 확인하려면 창 크기를 키워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제품에서 방출되는 뜨거운 열기 때문에 아이들이 가까이서 관찰할 때는 주의가 요구된다. 명품가전의 분위기를 풍기며 럭셔리한 주방을 완성해 준다는 점에서 주부들의 로망을 만족시켜 줄만한 제품이다.
담백함 찾거나 싱글족에겐 요긴할 듯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름 없이 고소하게 튀겨지지는 않는다`. 입맛에 따라 맛있게 구워질 수는 있다. 에어프라이어라는 이름 때문에 무조건 맛있는 튀김을 기대하지는 말자. 다이어트 부담 없이 담백한 간식을 즐기고 싶다거나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어주고 싶은 엄마들에게 현명한 선택이다.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먹는 싱글족에게도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매뉴얼 그대로 따라하면서 시행착오를 몇 번 거친다면 이번 실험의 거친 비주얼과는 달리 시각적으로 훌륭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료별 에어프라이어 평가 결과
재료 기름X 기름O
동원 생새우튀김 20 40
고향만두 잡채맛 64 78
동원 냉동감자 78 84
하림 IFF 북채 54 50
오징어튀김(생물) 72 80
※ 5점 척도를 기준으로 실험참가자 총점을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수치. 평가인원 : 10명
버즈실험실의 선택은? 글쎄요~
이장혁기자 hymagic@ebuz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