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섭단체 의원과도 주파수 협의하라"…국회, 지나친 `정치 간섭` 우려

정부 산업정책에 국회의 간섭이 도를 넘어섰다. 최근 들어 정치권이 일제히 “롱텀에벌루션(LTE) 광대역 주파수 할당 방안을 국회와 협의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할당 방안 확정 공고를 열흘 남짓 남겨 놓은 상황에서 정치권의 지나친 `정책 흔들기`는 자칫 역설적으로 공정성 훼손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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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18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18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전체회의에서 “제1 야당뿐만 아니라 비교섭단체·무소속 의원에게도 LTE 광대역 주파수 할당 방안에 대해 찾아가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21일로 예정된 정책 공청회를 불과 사흘 앞두고 정부가 의원에게 `찾아가는 설명회`를 약속한 것은 지난 14일 새누리당 제6정책조정위원회와 진행한 당정협의 때문이다. 이날 미래부는 복수의 광대역 주파수 할당안을 여당 의원들에게 설명했다. 유출 우려 때문에 설명 자료를 의원들에게 나눠줬다가 다시 회수해갔다.

이에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국민 소유인 주파수가 여당의 전유물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야당과 사전 협의하기로 한 주파수 정책 보고 관련 모든 일정을 사전 양해도 없이 일방 취소하더니, 여당 대상 보고는 착착 진행하고 있다”며 “여당의 허락만 득하면 일사천리라는 미래부의 그릇된 생각과 행태를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18일 미방위 회의에서도 유 의원이 이 문제를 지적하자 최 장관은 “내일(19일)·모레 민주당에 설명하기 위해 시간을 마련해뒀다”고 답했다. 결국 여당·제1 야당과 비교섭단체·무소속 의원에게까지 요청만 있으면 장관이나 차관이 찾아가서 직접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산업정책 결정 과정에 정치권이 지나치게 간섭하고 끼어들면서 정책 결정이 자칫 표류할 위험에 처했다. 일부 기업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해 국회의원을 상대로 로비를 할 공산도 커 정책 결정 과정에 정치권의 입김이 지나치게 작용할 우려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학계 일각에서 “국회가 지나치게 간섭하려 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래부가 방안을 내놓고 공식적인 공청회를 거쳐 최종 방안을 확정하는 것이 맞는 과정인데, 국회가 행정부의 정책 결정에 깊숙이 참여하는 것처럼 되는 것은 오히려 미래부를 결정 주체로 명시한 전파법에 위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의원도 이러한 우려를 내비쳤다.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미래부가 여당에 보고했으니 야당과도 하는 게 좋겠지만 국민에게 국회와 미래부가 짜고 하는 것처럼 비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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