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의 2분기 실적 회복에 적신호가 켜졌다. 중국 정부의 가전 제품 보조금 정책이 5월 말로 만료됐기 때문이다. 재고 조정이 시작되면서 벌써부터 패널 업체들의 매출이 떨어져, 중국 노동절 특수로 활기를 띄던 불과 한 달 전의 시장 상황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이 중국에 좌지우지되면서 매달 울고 웃는 현상이 교차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노동절 수요를 앞두고 LCD 패널 업체들의 매출이 대폭 늘었으나 지난 5월부터는 보조금 정책 만료 때문에 갑자기 줄어들었다.
중국 TV 시장은 지난해 3분기부터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 이상으로 커져 유럽을 제치고 최대 시장이 됐다. 패널 업체들의 실적을 판가름하는 TV 시장 규모가 크다보니, 중국 상황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 정책이 시장에 끼치는 영향도 크다.
불과 두 달 전인 4월에는 패널 업체들에 희색이 만연했다. 노동절을 앞둔 수요 덕분이었다. 5월 말부터 보조금 지급이 중단될 것을 예상해 수요가 몰린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노동절 이후 패널 업체들의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6월 들어서는 한동안 멈춰졌던 가격 하락도 다시 시작됐다.
중국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만 이노룩스의 5월 대형 LCD 패널 출하량은 전달보다 7.5% 늘었지만 매출액은 8.4%나 줄었다. 3위 업체인 대만 AUO도 대형 패널 출하량이 전월대비 11% 증가했는데 매출액 증가율은 3.5%에 그쳤다.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TV 패널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다. 역시 중국 TV 제조사들의 수요 감소 탓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은 보조금 정책 중단으로 중국 LCD TV 수요 증가가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분기 출하량은 전년 대비 28% 늘었지만, 각각 2분기에는 11%, 하반기에는 -4%로 성장률이 급속히 하락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디스플레이 업계는 계절적 성수기로 진입하는 2분기 실적 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역설적으로 패널 업계가 돌파구로 삼고 있는 것 역시 중국 정부 정책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새로운 보조금 정책이 논의되고 있다. 평판 디스플레이에 대해 2차 보조금 규모가 1차보다 늘어날 수도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다시 한번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다만 앞으로도 디스플레이 업계가 중국 시장 상황에 따라 요동칠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 유종우 연구원은 “LCD 업계의 설비투자 감소로 공급 과잉이 초래될 가능성은 적지만 패널 업체들의 실적은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패널 업체들에게 영향을 끼칠 중국 정책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