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마케팅의 미래]<5>`겨울연가` 이후 10년, 제2의 황금기는 언제?

우리나라 안방극장을 외국 드라마가 점령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미드`니 `일드`니 하면서 TV 드라마를 제작 국가로 분류하지만 그때는 그런 구분이 없었다. 대부분이 미국 작품이었지만 특징을 세분화하는 것보다 `새롭고 신비하고 매혹적인 세계`로 뭉뚱그려 취급하는 것이 편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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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반 외화 속에 비친 한반도 밖 문화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부촌의 고등학생은 자유분방했고(비벌리힐즈 아이들), 손재주와 재치로 위기를 극복하는 능력자가 있었고(맥가이버), 말만하면 뭐든지 척척 해내는 슈퍼카(전격Z작전)가 거리를 질주했다.

이 드라마가 어느 나라에서 만든 건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맥가이버가 돼서 위기에서 탈출하고, 600만불의 사나이가 되어 초능력을 발휘하는 과정에 몰입하며 시청자는 미국 문화에 익숙해졌다. 드라마 힘은 시청자를 몰입시키는 매혹적인 이야기 속에 자국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담아낼 때 최대로 발휘된다.

2000년대를 기점으로 대한민국은 드라마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모했다. 우리나라 드라마가 외국 시청자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어느 나라에서도 통하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토대로 이국적 요소를 배합하면서도 정서적인 거부감을 주지 않아야 한다.

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한류 드라마 리스트를 살펴보면 이 법칙이 어느 정도 맞다. 그 시절 국내에서 방영된 외화 시리즈가 내세운 것이 권선징악의 영웅주의였다면 우리 드라마는 가족애와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이라는 점이 다르다.

가장 성공한 한류 드라마로 `겨울연가`와 `대장금` 등이 꼽히지만 시초는 1991년 제작된 `사랑이 뭐길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연일 시청률 기록을 경신한 이 작품은 해외에서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어 배우 안재욱을 일약 스타덤에 올린 `별은 내 가슴에` 역시 중화권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두 편의 드라마는 각각 가족과 사랑이라는 한류 드라마의 인기요소의 시금석이다.

일각에서는 한류 드라마가 중화권에서 인기를 얻은 현상에 대해 가족애를 중시하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핵가족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출산 억제 정책으로 인해 2~3인 가족이 크게 증가한 중국 시청자는 한국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대가족 사회와 끈끈한 가족애에 감응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겨울연가`와 `가을동화` 작품은 애절한 순애보를 그리고 있다. 어느 나라에서도 다양한 장르를 통해 무한히 반복되지만 늘 시청자를 매료시키는 주제이기도 하다. `대장금`은 조금 특별한 경우다. 가족이나 사랑이라는 주제보다는 여성의 성공이라는 주제를 전면에 내세운 데다 시대극이라는 점이 수출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흡인력 있는 스토리로 이것을 극복하고 오히려 시대극이 드라마의 경제가치를 높이는 장점이 되도록 바꿔 놓았다. 정서적 거부감 없이 우리 전통문화를 알리는데 이 작품만큼 기여한 것도 드물다.

화려한 시절이 끝난 것일까. `미남이시네요`나 `꽃보다 남자`와 같은 트렌디 드라마가 외국에서 잠시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겨울연가와 대장금의 성공을 경험한 우리에게는 만족스럽지 않다. 드라마가 한류의 중심 콘텐츠로 자리 잡으면서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투입하는 등 제작환경은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불과 십수년 전 누렸던 황금기가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다.

대규모 투자는 작품에서 보다 다양한 시도를 감행하게 함으로써 상상력의 제한을 뛰어넘게 한다. 새로운 형식과 감각적인 효과는 결국 콘텐츠라는 본질을 감싸고 있는 포장재일 뿐이다. 콘텐츠가 핵심이라는 대전제를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자극적인 트렌드만 쫓다가 보편적 감성을 잃지는 않았는지, 우리가 가진 장점을 현재의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을 트렌드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지 반성하는 마음으로 생각해보자.

이호열 문화마케팅연구소 공장장 culturemkt@culturemk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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