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당국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남북 양측이 회담에 나올 대표자 명단을 놓고 막판 진통을 빚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은 이날 오후 1시께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각 5명의 대표단 명단을 교환했지만 북측이 우리 수석대표 명단에 이의를 제기함에 따라 최종 명단 확정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남북은 이날 명단 교환 후 3차례나 남북 연락채널을 통해 전화협의를 벌였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이는 우리 측이 수석대표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아닌 차관급을 제시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제시했을 가능성이 크다.
통일부 당국자는 “우리 측은 남북문제를 책임지고 협의·해결할 수 있는 당국자를 수석대표로 내세웠고 북 측은 자기측이 발표한대로 상급 인사라고 하는 사람을 단장으로 해서 대표단 명단을 통보해 왔다”고 설명했다. 양측이 내세운 수석대표가 누군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우리 측에서는 북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이번 회담 대표로 내세워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북쪽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양건 부장 대신 원동연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이나 맹경일·전종수·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국장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박근혜정부에서는 이번 남북당국회담을 통해 그간 우리 측에서 장관급을 내세워도 북쪽에서 그에 걸맞는 인사가 회담 대표로 나오지 않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다고 보고 이를 시정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직접적으로 “당국자 회담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 존중할 수 있는 격(格), 그런 격들로부터 신뢰가 싹트지 않겠나”라며 “그 부분에 있어서는 정말 국제 스탠더드가 적용되어야 하지 않는가 생각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회담을 하루 앞두고 명단과 관련한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면서 12일 열리는 남북당국회담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