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4대 천황 신사옥 열풍…최고 정점의 표시?

신사옥 열풍 질책하는 목소리도 높아

애플·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4대 천황이 신사옥 열풍에 휩싸였다. 경쟁적으로 눈에 띄는 사옥 조성에 천문학적 돈을 투자하지만 어떤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Photo Image
아마존이 시애틀에 설립할 3개 돔으로 연결된 사옥 조감도.(자료:시애틀 시청)

로이터는 네 개 기업의 `신기술 궁전(The new tech palace)` 짓기 붐을 보도했다. 최근 애플과 구글이 조세 회피 의혹에 휩싸이며 신사옥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잘 나가던 기업이 사옥 건설 후 쇠락의 길을 걸은 사례도 많아 이른바 `사옥의 저주`를 피할지 주목된다.

신사옥은 그들이 특별하고 다른 것을 보여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많은 현금을 과시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마가렛 오마라 워싱턴대학 역사학과 교수는 “네 개 기업의 신사옥 붐은 세계를 변화시키고 계속해서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그들의 열망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신사옥 설계는 건축물 경연대회를 방불케 한다. 아마존은 시애틀에 유리로된 돔 형태 사옥을 짓는다. 3개 돔이 연결된 모양으로 내부에 나무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이다. 880만 평방피트 부지에 공사기간만 6년이다.

구글은 마운틴뷰 본사 부근 1만㎡ 면적에 `베이뷰` 신사옥을 짓는다. 베이뷰는 9개 구부러진 직사각형 건물이 다리로 연결된다. 구글 직원은 베이뷰 회사 지붕에서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고 심지어 캠핑까지 가능하다고 알려졌다. 세계적인 건설업체 NBBJ가 설계했다.

페이스북도 멘로파크 본사 옆에 `오픈 오피스 콤플렉스`를 만든다. 세계적인 건축가 플랭크 게리가 설계했다. 면적이 축구장 7개 반에 이르는 이 건물은 문을 통하지 않고 한쪽에서 반대편까지 오갈 수 있다. 지붕은 공원으로 활용한다.

애플은 유명한 우주선 사옥을 짓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살아생전 기획한 이 사옥은 2016년까지 약 50억 달러가 들어간다.

신사옥 열풍을 질책하는 목소리도 높다. 역사적으로 기업이 정점일 때 사옥을 짓는 경우가 많다. 헤지펀드인 램 파트너스의 제프 매튜는 “애플 우주선 사옥은 나중에 `죽은 별(Death Star)`이란 별명을 가질 수 있다”며 “사업 규모가 큰 데다 시기가 나쁘다”고 분석했다.

RCM캐피털의 펀드 매니저 월트 프라이스는 “기업이 신사옥을 지을 때는 대부분 사업이 잘 될 때”라며 “이는 반대로 최고점에 올랐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1990년 잘 나가던 볼랜드 소프트웨어는 10억달러를 들여 실리콘밸리에 연못과 테니스장, 수영장이 있는 사옥을 지었는데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에 시장을 빼앗기고 쇠락했다. 한 때 잘나가던 실리콘 그래픽스 본사는 구글에, 선 본사는 페이스북에 팔렸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