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3D프린터`라는 작명의 승리라 생각했다. 이름 덕분에 `쾌속조형(RP)`이란 기술은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일상적인 프린터 수준으로 쉽게 인식이 가능해졌다. 이제 대중은 3D프린터가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이미 우리 곁에 온 미래`로 여기고 있다. 실제로 본 3D프린팅 과정은 마치 마법처럼 금세 제품이 완성되는 수준은 아니다. 손가락 정도 크기의 부품 하나가 완성되는 시간은 가정용 3D프린터 제품 기준으로 저마다 차이는 있지만 30분에서 1시간씩 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만의 제품이라는 감동은 컸다. 취재를 해보니 응용가능성은 훨씬 더 컸다.

3D프린팅 산업이 달아오르면서 미국과 일본의 전통적 프린터 업체들도 하나둘씩 고개를 돌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3D프린팅 업체들이 인터넷 서비스로 이용자가 원하는 3D프린팅 제품을 만들어 보내주는 것은 물론이고, 전문 오프라인 매장도 나왔다. 현재의 킨코스나 타라같은 형태의 누구나 이용 가능한 3D프린팅 오프라인 서비스가 나오는 것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장밋빛 전망 때문에 현재 수준에서 가능한 기술과 앞으로 실현될 수 있는 기술이 뒤섞여 보도가 되기도 한다. 기술 없이 단순히 해외 제품만 국내에 들여와 마진을 붙여 파는 회사 주식이 상한가를 치기도 한다. 글로벌 업체의 물밑작업에 비하면 안타까운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3D프린팅은 물론이고 전통적 프린팅 산업은 삼성전자, 신도리코 등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기술을 갖춘 업체들이 전무하다. 하지만 프린팅 기술이 미약한 것은 맞으나 3D프린팅 분야는 소재나 제품 개발에서 발전할 부분이 무궁무진하다.
출발이 늦은 것이 곧 영원한 실패는 아니라는 것을 스마트폰의 사례에서도 보았다. 우리나라가 자동차, 스마트기기, 의학 등 산업강국이란 것도 응용분야가 넓어 장점이다. 3D스캐닝 분야나 기술응용 부문 소프트웨어 개발능력은 세계적 기업들이 먼저 알아볼 정도로 뛰어나다.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미래를 위해 고민한다면 역전의 기회는 아직 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