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가 1700억원을 투자,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국내 사업역량을 강화한다. 지난해 현대차와 결별 후 홀로서기에 나선 첫 번째 행보여서 주목된다.
한국로버트보쉬(대표 헤르만 캐스)는 4일 대전공장 내 가솔린 차량용 부품 생산설비 증축을 기념하는 연례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경영성과와 향후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완공한 공장은 지난해 600억원을 투자해 대전공장 내 증축한 것으로 연간 600만개(4기통 차량 150만대분)의 가솔린 연료 직분사 인젝터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제1, 제2 라인으로 이뤄진 이 설비는 연말까지 생산량을 점차 늘려 내년부터 본격 가동된다.
한국보쉬는 내년까지 1500억원을 추가 투자해 대전공장에 가솔린 연료 직분사 펌프와 이를 통제하는 전자제어장치(ECU) 생산설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 설비가 완공되면 한국보쉬는 `직분사 인젝터-펌프-ECU`로 이어지는 연간 완성차 150만대 규모 가솔린 엔진 핵심부품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일자리도 400개가 늘어난다.
한국보쉬는 현대자동차와 가솔린 엔진 부품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합작사 `케피코`를 운영해왔으나 지난해 9월 결별한 바 있다. 그러나 대전공장에서 생산하는 가솔린 부품의 현대·기아차 납품은 케피코 때와 동일하게 유지하기로 했다.
한국보쉬 관계자는 “이번 대전공장 증축과 추가투자로 한국보쉬가 가솔린 엔진 부품까지 직접 생산하면서 한국 내 자동차 관련 8개 사업부를 총괄하게 됐다”면서 “명실상부 자동차 사업역량을 확고히 다진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헤르만 캐스 사장은 “현대차가 독립적인 사업운영을 원해서 합작을 종료하게 됐다. 앞으로도 한국에서 추가 합작이나 인수합병(M&A)을 생각하고 있다. 사물기반인터넷 기업에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보쉬는 이밖에도 보쉬 렉스로스 AG의 부산 미음산업단지 공장빌딩 신축 등 올해에만 총 1700억원을 한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투자규모가 당초 2000억원에서 300억원 줄어든 것에 대해 캐스 사장은 “글로벌 경제 여건이 나쁜 데다 태양광 사업 손실로 보쉬그룹 전체 수익성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투자 계획을 보수적으로 잡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 달 대성히트펌프와 협력하기로 한 에너지 및 빌딩기술 사업부문과 보쉬전동공구 사업부, 커피머신 타시모 사업부 등에서도 신제품·신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며 사회공헌 활동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2조38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한국보쉬는 지난 10년간 기록한 연평균 13%의 성장률을 올해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헤르만 캐스 사장은 “한국은 독일과 비슷한 연간 600만대 자동차를 생산하는 나라로서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면서 “한국 정부의 연비 및 배출가스 규제 강화와 관련해 디젤 파워트레인이나 전기자동차 부품 등 보쉬의 첨단 기술이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