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 종속법인 85%는 해운…`업종 특성 고려 옥석 가려야`

최근 대기업들이 탈세 및 비자금 조성을 목적으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모든 기업을 `탈세`를 위한 회사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왔다.

4일 기업경영평가회사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국내 30개 그룹 중 파나마, 케이만제도, 버진아일랜드 등 7개 조세피난처에 종속법인을 설립한 그룹은 16개이며 종속 법인은 281개에 달한다.

조사결과 전체의 85%가 선박금융 및 해상운송과 관련된 특수목적 법인였다. 선박금융(224개, 79.7%)과 해양운송(14개, 5.0%)을 합친 해운업이 238개 법인으로 전체의 84.7%를 차지했다.

이처럼 해운 관련 종속법인이 많은 것은 해운사들이 SPC 방식으로 선박을 취득하거나 빌려서 운용하기 때문이다. 해운사들은 배를 건조하거나 용선할 때 자금을 단독으로 대지 않고 금융사(대주사)들의 투자를 받아서 운용한다. 이때 투자한 해외 대주사들은 거의 예외없이 SPC를 설립해 진행한다. 해운사들이 배 한 척을 취득하려면 자동으로 SPC 하나를 설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역별로도 전체의 86%가 OECD에서 화이트 리스트로 분류하는 파나마에서 기업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화이트 리스트란 국제적으로 합의된 세금 표준을 구현하는 국가를 말한다. 소재지별로는 파나마가 압도적이다. 여기에는 STX, 한진, SK 등 해운 3사 외에 삼성, LG,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10개 그룹 241개 법인(85.8%)이 대거 몰려 있다. 파나마는 과거 조세회피지역으로 낙인찍혀 있었으나 작년 12월 OECD 블랙리스트에서 제외됐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조세피난처에 있는 모든 기업을 모두 탈세로 보면 심각한 행정력 낭비가 초래될 것”이라며 “다만 공시도 제대로 하지 않고 몰래 종속법인을 운영하는 불투명한 기업들은 우선적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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