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요금제만 무제한 통화로 변경이 50%…보조금 아닌 `요금제 시장 선도`는 처음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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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일산에 거주하는 주부 윤 모(37)씨는 친구들과 전화로 이야기 나누는 것을 즐기는 `수다쟁이`다. SK텔레콤의 5만2000원짜리 롱텀에벌루션요금제(LTE 52)를 쓰면서 기본 제공되는 음성통화량 250분을 넘기는 경우가 많아 2000~3000원의 추가 요금을 매달 지불해야 했다.

윤 씨는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 출시 소식을 듣자마자 쓰고 있던 스마트폰은 그대로 두고 `T끼리 45` 요금제로 변경했다. SK텔레콤 망 내 통화는 무제한, 망외는 130분을 제공하는 요금제다. SK텔레콤이 윤 씨의 월 요금을 분석해보니 LTE52 요금제를 쓸 때보다 8000원 가까이 절약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료가 싼 데다 추가 음성통화 요금이 들지 않기 때문에, 약정할인을 제외한 실 부담금이 4만1500원 안팎에서 3만3000원대로 줄었다.

◇요금제만 바꾼 사용자가 절반

통신 3사의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를 선택한 가입자 중 윤 씨의 경우처럼 기기변경이나 번호이동 없이 요금제만 변경한 비중이 절반에 가깝다. SK텔레콤이 지난 주 기준으로 전체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 250만여명의 유입 경로를 분석해보니 단순히 요금제만 변경한 가입자가 절반인 125만명 안팎인 것으로 조사됐다. KT와 LG유플러스도 같은 시점에서 분석한 결과 전체 무제한 통화 요금제 가입자 100만명·90만명 중 각각 50%, 45%가 요금제만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요금제는 휴대폰 단말기를 교체할 때 함께 바꾸는 `두 번째 선택사항`이었다. LTE 서비스 역시 2·3세대(G) 휴대폰 단말기 약정이 만료된 소비자들이 최신 단말기를 구입하며 가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제한 통화 요금제는 이 속성을 뒤바꾼 셈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기존에는 가입자들이 휴대폰을 교체하면서 새 요금제를 설계했지만, 무제한 통화 요금제는 `요금제가 좋아서` 가입한 경우가 절반”이라며 “그만큼 소비자들의 음성통화 잠재수요가 높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무제한 통화 요금제 가입자의 월간 평균 사용량(MOU)는 일반 LTE 가입자보다 50% 이상 많다.

다른 통신사로부터 새로 유치한 가입자(번호이동·신규) 비중은 SK텔레콤이 25%, KT와 LG유플러스가 각각 30%·40%로 조사됐다. 나머지 유입경로는 기기변경 가입자로, 같은 통신사에 그대로 머물며 이 요금제를 택한 비중이 60~75%에 이른다.

◇신규 LTE 가입자 10명 중 6명 무제한 통화 요금제 선택

서울 광진구에서 이동통신 대리점을 운영하는 이 모 씨는 “최근 새 휴대폰을 찾는 손님 중 십중팔구는 `무제한 통화 요금제 쓸 수 있냐`고 물어 본다”고 했다. 20~30대 젊은 층이나 중·장년층 가릴 것 없이 무제한 통화 요금제에 관심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신규 LTE 가입자(번호이동 및 기기변경 포함) 중 60% 이상이 무제한 통화 요금제를 택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새로 LTE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고객 중 롱텀에벌루션(LTE)망내 무제한 요금제 `모두다올레`와 망내·외, 유선까지 포함한 `유선무선 완전무한 요금제`를 택하는 비중이 65%에 이른다”고 밝혔다. 다른 두 통신사도 유사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무제한 통화 요금제 가입자 증가세가 당분간 가파르게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무제한 통화를 얼마나 저렴한 기본료로 이용할 수 있냐는 것이 소비자 선택의 척도가 되면서 타사보다 낮은 기본료에 무제한 통화를 제공하는 요금제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무제한 통화 요금제는 데이터 서비스 제공량에 따라 기본료를 책정하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전환하기 위한 과도기적 요금제”라며 “무제한 통화를 제공하는 최소 기본료가 낮아지면서 자연스레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발신 통신사가 착신 통신사에 일방적으로 지불하는 음성통화 접속료 체계가 가입자 규모 2·3위인 KT·LG유플러스가 무제한 요금제 기본료를 내리는 데 걸림돌이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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