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이종훈 아이파트너스유에스에이 대표

“한국 지사 설립을 위해 은행을 방문했더니, 20년이 넘은 제 은행거래 기록이 다 디지털화돼 보존돼 있더군요. 동사무소에 가면 주민등록번호만으로 바로 필요 서류를 뗄 수 있고, 카드 하나로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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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업컨설팅 전문기업인 아이파트너스유에스에이 이종훈 대표는 우리가 흔히 쓰는 시스템과 인프라에 대해 `경이적`이라고 표현했다. 이 표현은 스스로 만든 게 아니라 일본 니케이신문 기자의 말을 빌린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현재 한국에 대한 시각은 국내서는 많이 저평가하고 있지만, 외국에서 보는 시각은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시스템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 전반의 수준도 선진국이 됐다고 진단했다. 그 예로 지하철역의 도서대여 시스템을 예로 들었다. 오픈된 공간에 비치된 책이 사라지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나라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문화, 시스템 등) 한국의 궤도가 급격히 좋아지는 방향으로 잡힌 것 같다”며 “이제 한국의 위상을 기반으로 우리 중소·벤처기업도 세계시장 진출에 나설 시점”이라고 강조했다.가장 중요한 요소로 해외 한인 네트워크를 꼽았다. 이 대표는 “대만 중소·벤처기업의 미국 진출이 활발한 이유는 바로 현지 인적 네트워크의 역할이 크다”며 “국내 중소·벤처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위해 이제는 한민족 네트워크의 구슬을 꿰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만이나 중국 제품이 중국에서 팔리는 이유는 제품이 월등히 우수해서가 아니라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미국 주류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은 중국 네트워크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이제 우리도 한인 2세들의 네트워크를 엮을 수 있는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우리 제품의 경쟁력에 인적 네트워크가 결합되면 큰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 진출의 성공요인으로 4가지를 꼽았다. 먼저 한국 제품과 서비스는 좋지만, 이를 차별화하는 데 약하다고 진단했다. 소비자 욕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어 진출 시점 즉, 시장 성숙도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CEO의 글로벌 마인드라는 인적요소와 함께 재무적인 안전성을 꼽았다. 즉 미국 대기업은 문제 발생 시 피해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지 등의 여부를 보는데, 중소기업이 이를 만족시키기는 재무적으로 너무 취약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결국 인적 네트워크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실리콘밸리에는 대만기업에 투자해 돈 번 사람이 많다”며 “이렇게 형성된 네트워크는 또 다른 대만기업을 찾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세리가 LPGA에 진출해 성공하며 많은 `박세리 키즈`를 만들었던 것처럼 우선 미국 진출 성공사례를 만들어내면 자연스럽게 이를 학습한 다양한 진출기업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한국 주요기업이 미국 현지에서 이미 확보한 자리를 확보했고, 한인 2세 등 인적 네트워크도 양적·질적으로 크게 발전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한국 청년들의 실리콘밸리 창업과 취업에 기여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이종훈 사장은 휴렛팩커드, 케이던스 등 글로벌 IT기업에 20년 이상 근무하면서 마케팅, 컨설팅 분야 경험을 쌓았으며,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아이파크 실리콘밸리 소장을 맡아 우리 기업들의 미국 진출을 지원하기도 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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