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사이버대학 공동 발전 좌담회]"원격대학교육법 반드시 필요"

사이버대학은 지난 2001년 5235명 학생으로 시작했다. 재학생은 매년 10%씩 꾸준히 증가해 올해 21개 대학 10만명가량 학생이 재학 중이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입학생은 5%씩 감소하는 추세다. 경기 불황으로 인해 재교육을 받는 직장인이 줄어드는데다 무분별한 사설 원격평생교육원이 난립한 탓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이버대학 발전의 걸림돌은 정부, 특히 교육부의 인식 부족과 지원 미비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전자신문은 지난 28일 사이버대학 관계자를 모아 좌담회를 열고 사이버대학이 자기개발과 열린 교육의 메카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을 심도깊게 고민했다. 참석자들은 “가장 시급한 것은 국회에서 몇 년 째 계류 중인 원격대학교육법 통과와 교육부 내 사이버대학 전담 부서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글로벌 진출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예산 지원과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참석자(가나다 순)

강인 서울사이버대학교 총장

고상동 영진사이버대학 평생교육처장

변성광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대외협력실장

유병태 한양사이버대학교 부총장(한국원격대학협의회 부회장)

윤호숙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대외협력처장

이남교 건양사이버대학교 부총장

정무성 숭실사이버대학교 부총장

홍동현 세종사이버대학교 기획처장

사회=홍기범 전자신문 경제과학벤처부 차장

◇사회(홍기범 차장)=사이버대학이 출범한 지 12년째다. 지난 2008년 고등교육법상으로 전환된 지는 5년 남짓이다. 사이버대학이 자구적인 노력으로 성장해왔지만 여전히 위상이나 규모는 저평가되어 있는 부분이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스스로 진단을 해보고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는지 생각을 말해달라.

◇강인 서울사이버대학교 총장=현재 사이버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은 총 10만명 정도다. 과거 오프라인 대학이 모두 담당했던 교육적인 기능을 나눠 가졌다. 세계적으로도 한국 사이버대학만큼 기술적, 콘텐츠적인 측면에서 앞서나가는 기관이 없다. 과거 2001년 출범 때는 질적인 교육보다 양적인 성장을 우선시한 점도 일부 있다. 만약 저평가되었다면 그때 인식이 아직도 바뀌지 않아서 일거다. 하지만 초반 5000여명 남짓이었던 학생이 20배 이상 규모가 커지면서 이런 편견도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홍동현 세종사이버대학교 기획처장=박근혜 정부 화두는 `창조경제`다. 사이버대학이 바로 대표적인 창조경제의 매개체다. 기존 교육에 새로운 IT를 접목해 융합형 인재를 양성한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훌륭하다. 오프라인 대학에 비해 콘텐츠 제작 등으로 인한 고용 창출 효과도 크다. 첨단 교육과 산업의 총아인데 정부 지원은 미비하고 교육부 내에서 전담하는 부서조차 없다. 이런 상황이 잘 풀려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글로벌 진출이 가능해져야 한다.

지난 2001년 정부에서는 사이버대학을 수익을 창출하는 학교 정도로 인식했다. 그러다가 고등교육으로 전환하면서 사이버대학 역시 고등교육에 맞는 콘텐츠를 위해 노력했다. 오프라인 강의에 비해 충실하고 탄탄하다. 더 나은 교육 내용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육부의 인식은 낮다. 창의적이고 유연한 교육이 제공돼야 하는데 사이버대학만큼 그것을 제공하는 곳이 없다.

◇사회=내년 정부 지원금이 50% 삭감될 위기라고 들었다. 자금 지원 뿐 아니라 다른 문제점도 있을 것 같다.

◇유병태 한양사이버대학교 부총장(한국원격대학협의회 부회장)=일반 사람들은 사이버대학 수업이 기존 오프라인 강의를 카메라로 찍어서 온라인으로 내보내는 형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이버대학 수업은 IT를 기반으로 전용 콘텐츠를 제작하고 학생과 교수의 상호학습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기관이다. 이런 인식을 불식시키려면 정부 차원에서 노력이 필요하다.

◇정무성 숭실사이버대학교 부총장=얼마 전 일본에 다녀왔다. 과거 IT 인프라가 잘 발달되어 있었던 일본조차도 사이버대학이라는 개념을 듣더니 무척 놀랬다. 오프라인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이버대학과 결합해 시너지를 내야한다. 정부가 바뀐 지금이야 말로 사이버대학 존재감이 새롭게 부각돼야 할 시기다.

앞으로 사이버대학이 잠재력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재취업, 재창업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이 사이버대학이다. 경력단절 여성들이 재취업할 수 있는 교육기관도 사이버대학이다. 인터넷 강의를 친숙하게 들을 수 있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들이 사이버대학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최근 베트남 내 대학과 관계를 맺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세계적으로 한국에 대해 열광하는 문화가 범람하면서 한국 학위를 받으려고 한다. 그런 측면에서 잠재력이 많다. 오프라인 대학으로는 한계가 있다.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

◇사회=최근 사이버대학 발전을 위해 글로벌 진출을 생각하는 학교가 많아 보인다. 정부 차원에서 함께 움직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변성광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대외협력실장=글로벌사이버대학교는 개교한지 4년 됐다. 특성화학과로 두뇌학과가 있는데 최근 엘살바도르에 가서 교육을 진행했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모르는 사람들도 우리 콘텐츠를 좋아했다. 하지만 글로벌사이버대학 차원에서 A부터 Z까지 준비하고 엘살바도르 정부와 이야기하다보니 너무 힘들었다. 내부에서 다시는 하지 말자는 푸념까지 나올 정도였다. 다른 나라에 사이버대학 콘텐츠를 제공하려면 정부의 지원이 많이 필요하다. 최근 많은 사이버대학이 해외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정부에서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 한국 교육과 콘텐츠를 해외에 알려 새로운 한류를 만들고 싶은데 절차와 방법이 힘들다.

◇강인 총장=정부가 전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창조경제와 맞물려서 사이버대학에 대한 인식을 똑바로 하고 있다. 그 예로 정부에서 2015년까지 설립 예정인 한국과 아세안(ASEAN, 동남아 국가연합) 10개국을 아우르는 사이버대학이다. 일명 아세안 사이버대학이다. 2011년부터 본격 추진되기 시작해 작년까지 한국이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4개국에 이러닝 기술, 방법 및 정책, 운영 콘텐츠 개발 등의 노하우를 전수했고 올해는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로 참여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서울사이버대학이 한국 대표로 들어가있지만 21개 사이버대학 콘텐츠를 모아 제공한다면 파급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사회=사이버대학 발전을 위해 어떤 부분이 부족합니까. 자금 지원인가요, 제도적인 보완인가요?

◇유병태 부회장=2008년 고등교육법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고등교육법 자체가 오프라인을 위해 만들어놓은 법이기 때문에 사이버대학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제도적으로 보완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몇년 간 국회에서 계류되고 있는 원격대학교육법이 통과돼야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속히 사이버대학에 맞는 법이나 제도가 갖춰졌으면 좋겠다. 한국원격대학협의회가 늘 애써주고 있지만 정식 인준 기관이 아니라 힘든 점이 많다.

◇윤호숙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협력처장=사이버대학이 설립 최초로 원대협 주관으로 수준평가를 준비 중이다. 조사를 진행하다보니 사이버대학이 양적 팽창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상당히 성장했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아직도 학교마다 가장 힘들 때는 입시철이다. 인지도가 낮다보니 학교별로 5∼30억을 홍보비로 사용한다. 이런 비용이 학생들에게 시설비용, 콘텐츠 등에 재투자되면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이버대학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교육적인 역할이 분명히 있다. 특히 100세 시대에 실버연령층의 재교육은 환영받을만하다. 사이버한국외대의 경우 올해 재동포재단과 한국어스피치콘테스트도 한다. 이런 것들은 정부에서 분명하게 인지를 해 활용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이남교 건양사이버대학교 부총장=건양사이버대는 주로 50대 학생들이 많다. 그들은 많은 지식을 다시 배우기보다 다시 공부하는 것이 행복한 세대다. 고등학교 3년만 공부하면 취업은 모두 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지식을 넣어주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인 부분에서 사이버대학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고상동 영진사이버대학 평생교육처장=영진전문대학에서 강의를 하다 지난해 연말 사이버대학으로 왔다. 같은 캠퍼스 내에서도 사이버대학은 별개 대학으로 취급한다. 올해 3학점짜리를 맡아 강의를 해봤다. 그간 꾸준히 강의를 해봤지만 사이버대학만 못하다. IT 인프라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니 훨씬 앞선다. 수업 구조도 세련되고 콘텐츠적인 측면에서도 뛰어나다. 일례로 강의를 하다 바로바로 인터넷으로 검색해 더 깊은 내용을 전달해줄 수 있다.

◇유병태 부회장=사이버대학은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수 있는 기관이다. 한류가 급속히 퍼지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해외에 있는 동포에게도 사이버대학이 큰 힘이 될 수 있다. 정부에서 많이 지원해주고 관심을 주면 큰 발전이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표] 참석자들이 추천한 사이버대학 발전을 위한 제언 5가지 ※ 괄호는 현재 상황

[전자신문-사이버대학 공동 발전 좌담회]"원격대학교육법 반드시 필요"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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