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온·오프라인의 화두는 아이디어, 상상력, 창의력의 발현이다. 어떻게 하면 창조적 산업을 일으켜 창의적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느냐가 시대의 과제로 등장했다.
반면에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창조적 사고보다는 정책과 제도가 국가경제를 살리고 새 국운을 연 사례가 적지 않다. 부르봉 왕조의 `중상주의` 정책이 프랑스를 유럽 강대국 반열에 올리는데 기여했다. 영국은 해운업 위주 정책과 제도로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키울 수 있었다. 1930년대 미국이 대공황을 극복한 것도 루즈벨트 행정부의 `뉴딜정책` 덕분이었다. 2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딛고 오늘날 독일을 만들어낸 아데나워 정부의 `사회적 시장경제 정책`도 한 예다. 이스라엘은 `i-Core 프로그램`으로 창의적 연구개발(R&D) 인재를 확보해 세계적 기술경쟁력을 갖췄다. 우리나라도 지난 반세기 압축 성장을 경험하며 정책적 추동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어도 제도와 정책적 뒷받침이 없다면 성공에 이르기 어렵다. 좋은 제도가 빠른 성장을 낳고 각 나라 경제성장을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 경제학자들은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자본을 축적하고 노동의 질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라마다 인적 물적 자본을 사용하는 효율성에 차이가 있다는 점에 주목, 기술수준을 증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어떤 나라는 자본축적이나 기술진보에 성공하고, 어떤 나라는 성공하지 못한다. 결국 제도의 문제다.
사회적 부를 증진하려면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에 사회적 자본이 투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개인적 이익이 되는 행위가 사회적으로도 이익이 되도록 유인체계를 일치시키는 것이 전체 부를 증진하는 효율적 방법이다. 개인적 비용과 수익을 사회적 비용과 수익에 일치하도록 하는 장치가 바로 제도다.
우리는 창조경제에 맞는 제도적 환경을 갖추고 있을까. 법·제도·관행 차원에서 현실적인 걸림돌이 적지 않다. 필자 역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하는 지를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창조경제를 위한 제도와 정책을 수립 과정에서 반드시 고민해 보아야 할 몇 가지 원칙을 제언하겠다.
첫째, 정책은 정부가 사회 구성원의 합의를 바탕으로 방향성을 제시해야만 명분과 타당성을 갖는다. 독불장군식 그릇된 판단은 잘못된 이론과 환상에 사로잡혀 엉뚱한 곳에 정력과 자원을 낭비하게한다. 제도와 정책을 톱-다운식 밀어붙이기보다는 국민의 광범위한 호응과 참여를 이끌어내면서 추진해야 한다.
둘째, 정부는 발명 등 기술 혁신 분위기가 사회 전체에서 활성화할 수 있도록 시장 기구에 강한 동기부여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과거처럼 무분별하게 법제도를 정비하고 제도적 새 장치를 양산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창조형 국가시스템 개선을 만들기 위해 정부 역할을 정립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개인의 창의성을 극대화하려면 정부의 간섭과 규제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창조경제의 성패는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창의성이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느냐에 달렸다. 개인의 새롭고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자율적 행위가 제한받아서는 안된다.
마지막으로, 국민의 창의성이 전제돼야 한다. 억지로 짜낸 아이디어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창의성이 필요하다. 국민 창의성을 고취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고 작동해야 한다. 물적 자산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국민의 무한한 창조적 잠재능력에서 미래를 찾아야 한다.
기초가 튼튼해야 더 좋은 건축물을 지을 수 있듯 창조경제를 위한 기초인 제도와 정책이 제대로 마련돼야 한다. 창조경제는 하나의 구호로 끝나서는 안된다. 우리 경제의 근본 패러다임을 바꾸는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돼야 한다.
손승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창의미래연구소장 swsohn@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