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복제 프로그램을 단 하루라도 사용했다면 정품 소매가격 전액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4부(이균용 부장판사)는 마이크로소프트(MS), 한글과컴퓨터 등 소프트웨어 제조사 7곳이 국내 중소기업 두 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A사가 총 4700여만원, B사가 총 1억1900여만원의 배상 책임을 각각 져야 한다고 결정했다. 두 회사는 2009년 회사 사무실 컴퓨터에 불법복제한 MS 오피스, 윈도XP 등을 설치해 짧게는 수주, 길게는 수개월 동안 사용했다.
1심에서 패소한 A사와 B사는 2심에서 프로그램을 불법 사용한 기간에 비례해 대가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루만 사용했는 데도 영구 사용한 것과 같은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 저작권료 이외에 유통 비용 등을 포함하는 정품 가격 전부를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재판부는 “사용 기간을 고려해 배상액을 부분적으로 산정할 경우 침해 행위가 발각된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소액만 배상하면 된다”며 “사회적으로 위법한 복제 행위가 만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들의 저작권을 침해해서 얻은 이익은 무단 복제한 컴퓨터 프로그램 수에 정품 1개당 소매가격을 곱한 금액과 같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