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종청사 하반기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 국산 통신장비 업체 참여를 사실상 봉쇄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산 장비업체들은 “외산업체 밀어주기”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26일 업계와 관계당국에 따르면 안전행정부가 `정부청사 2단계 1·2구역 건립공사`에서 백본(backbone) 장비부터 워크그룹 스위치, 무선랜까지 단일 업체 장비를 요구했다.
안전행정부가 공개한 해당 사업 시방서에서는 `백본 장비, 워크그룹스위치, 무선랜 장비 등 네트워크 계층의 장비는 인터페이스, 시스템 성능, 서비스 품질(QoS)을 고려해 동일 제작업체의 제품을 도입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한 업체에 일괄수주 형식으로 사업을 배정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백본 스위치, 라우터 등 코어 통신장비는 아직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국 코어 장비를 보유한 외산 업체만 사업 참여 자격을 얻게 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백본부터 무선랜까지 단일 업체를 선정하겠다는 것은 처음부터 국내 업체 참여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 네트워크 사업에서 수직 계층으로 단일 벤더를 요구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실제로 안행부는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실시한 1단계 사업에서 복수 공급사로부터 장비를 받아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백본 장비는 외산 업체가, 워크그룹 스위치 등 말단 장비는 국내 업체가 공급했다.
문제가 된 2단계 사업은 1단계 사업과 동일한 성격의 프로젝트다. 세종청사는 2014년 상반기까지 3단계에 걸쳐 청사 구축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1단계 사업에 참여한 국내 통신장비 업체 관계자는 “2단계 사업에서 단일 업체가 백본부터에지(edge)까지 통신장비를 공급하는 사례를 만들면 앞으로 남은 사업에서도 국내 업체 참여가 원천 차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안행부는 독소조항 유무와 개선 가능성을 살펴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 세종청사 관계자는 “업계에서 국내 업체 참여를 막는 조건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 해당 조항이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국내·외산 업체를 막론하고 모든 공급사에 참여 기회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발주한 시방서에 해당 조항이 조속히 철회되지 않으면 문제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다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 등 구축사업에 참여하는 대기업이 이미 외산 장비를 선정한 상태”라며 “건설사는 정부에서 외산장비 요구한다는 한다는 것을 이유로, 정부는 건설사가 장비를 선정했다는 이유로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KANI)는 정부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다. KANI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국산 통신장비 산업 활성화를 꾀하는 정부 방침에 어긋난다”며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해당 조항이 시정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