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급증하는 특허소송에 비해 대응인력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160명이 넘는 특허인력을 보유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 자동차 전장화에 따른 특허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21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이 회사는 남양연구소 내 지적재산팀에 80명의 특허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도요타의 절반 이하다. 지난해 두 회사 글로벌 판매량은 도요타 975만대, 현대기아차 712만대로 약 260만대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LG전자 특허센터 인력이 200명 수준인 것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현대기아차는 법무기획팀 내에도 15명가량의 특허인력이 있지만 이는 특허소송을 접수하는 역할만 할 뿐 직접 특허판단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법무팀에 접수된 특허소송은 남양연구소 지적재산팀으로 보내져 자동차 분야별 특허담당자가 소송 내용을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도출한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초 70명이던 지적재산팀원을 올해 80명으로 1년새 10명 늘리는 등 나름 특허팀을 보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 규모로는 급증하는 특허공세에 맞서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기아차에 대한 미국 내 특허침해 소송은 증가세가 뚜렷하다. 지난 10년간 제기된 소송 37건 가운데 48%인 18건이 최근 2년새 일어났다. 올 1분기에만 분기사상 가장 많은 6건의 소송이 있었다. 이는 1분기 미국에서 전체 완성차 업체가 당한 소송의 16%에 해당한다.
특허소송 증가추이는 현대기아차 성장추이와 일치한다. 특허소송이 급증하기 시작한 2010년은 현대기아차 미국 판매량이 급증한 시기와 일치한다. 2011년은 현대기아차가 처음으로 미국 내 판매량 100만대를 넘긴 해다. 현대기아차 판매량이 늘수록 특허공세도 늘어날 공산이 크다.
더욱 심각한 점은 특허소송이 집중되는 분야가 전장부품이라는 점이다.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당한 특허소송을 기술별로 살펴보면 지난 10년간 디지털 데이터처리 소프트웨어가 16건으로 가장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2011년 이후 소송이 11건이나 됐다.
반면 일반 부품 관련 소송은 13건으로 2위를 차지했지만, 10건이 2010년 이전 발생했다. 향후 수년 내 자동차 부품의 50% 이상이 전장부품으로 채워질 전망이어서 특허공세가 치열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텔레매틱스 등 자동차에 전자 IT 기술이 많이 접목되다보니 관련 특허 공격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지금의 특허인력도 결코 작은 규모는 아니지만 특허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응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