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이종원, KOG 그리고 게임산업

전자신문 독자 중 아직은 많은 이에게 이종원이란 이름은 낯설다. 같은 이름의 중견 탤런트나 캔이란 그룹 이름으로 더 유명한 가수의 존재도 아마 인터넷 검색으로 알 수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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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종원 대표는 우리나라 게임업계에선 막강 영향력을 가진 파워 인물이다. 시쳇말로 `미친 인맥`을 가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처럼 상대방 거론 빈도나 친밀도를 빅데이터화해 표시한다면 이 대표는 우리나라 게임업계를 움직이는 `빅3` 허브에 포함된다. 넥슨, 엔씨소프트, 네오위즈, 위메이드 등 쟁쟁한 상장사들이 즐비한 가운데 이 사람이 이끄는 회사 KOG는 아직 상장도 안 돼 있다. 더구나 KOG는 대구에 세워져 13년 동안 대구를 지켰다.

지난 2000년 5월, 그는 단 4명의 직원과 함께 회사를 차렸으며 현재는 대구에만 직원 300여명, 필리핀에 70여명, 미국 어바인에 10여명을 둔 글로벌회사로 키웠다. 한 번도 대구라는 `지역`을 약점으로 여기지 않았고, `게임업`을 부끄러운 돈벌이로 삼지 않았다.

KOG는 벤처 창업·지방 기업·규제 산업이라는 3대 악조건을 `천형`처럼 지고 뛰었다. 그럼에도 KOG는 설립 13년 만에 매출액 수천배, 직원수 100배 규모로 성장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맨손으로 시작해 세계 1위까지 오를 수 있는 산업은 역사적으로 다 따져도 몇 개 안된다”며 “게임은 우리가 PC 한 대로 시작해 세계인으로부터 매출을 올리는 산업이 됐고, 그 자부심으로 10년 이상을 달려왔다”고 말했다.

게임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오해가 쏟아졌지만, 직원과 함께 회사를 키우는데 매진했다. 수출역군이라는 자부심 마저 없었다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우리나라 중소업종 중 해외에 바로 나가 단독으로 서비스를 판매하거나, 메이저 현지업체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제품이 얼마나 되냐”며 “우리나라 게임이 바로 그런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새 정부 창조경제가 출항했다. 그러나 게임산업은 지금까지 해온 역할이나 커진 규모 만큼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잘못된 접근법과 근시안적 시각으로 우리나라 게임 경쟁력을 퇴보시킬 수 있는 위험한 `법·제도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게임은 시작 자체가 무형의 아이디어와 스토리로 이뤄지는 창조산업이다. 그러면서 코딩부터 기획, 디자인, 그래픽, 마케팅, 운영 등 수없이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 이익률은 적게는 10~20%부터 많게는 50%에 육박한다. K팝, K드라마 등 한국 문화에 친숙해진 외국인들이 거리낌 없이 즐기고 전파한다. 이 정부 들어 정책적으로 보면 이보다 더 좋은 창조산업은 없다.

요즘도 인터넷에는 그와 함께 KOG에서 일하고 싶다는 젊은이의 희망글이 끊이지 않고 올라온다. 그는 요즘 정기적으로 대구 한 호텔을 빌려 후배 청년들을 위한 지식나눔 콘서트를 열고 끈임없이 경험과 영감을 전파한다. 다음에는 여행가 한비야 씨 강연이 예정돼 있다고 한다.

며칠 전 만난 그의 눈빛에서 한국 게임산업의 미래가 보이는 듯했다. 그 같은 사람이 하나 둘 늘어날수록, KOG 같은 경쟁력 있는 회사가 많아질수록 게임산업은 더욱 빛날 것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