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드는 사람들]허주원 지티텔레콤 대표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의 하나인 `블루투스`가 꽃을 못 피고 있다. 이미 세상이 선보인지는 20년이 넘었지만 수요는 제자리걸음이다. 그나마 선이 필요 없다는 편리함으로 스마트폰에서 일부 사용된다. 차량용 헤드셋(핸즈프리)이나 스피커폰 같은 기기로 쓰는 수준이다. 정작 블루투스가 절실한 오디오 분야에서는 찬밥 신세다. 허주원 지티텔레콤 대표(53)는 “시간의 문제지 블루투스는 반드시 빛을 볼 것”이라고 확신했다. 지티는 5년 넘게 블루투스 한 우물을 고집한 토종 벤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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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큰 관심과 달리 블루투스가 오디오 분야에서 힘을 못 쓰는 배경은 고질적인 면이 큽니다. 바로 음질, 배터리, 가격입니다. 지속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가 쉽지 않고 여전히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시장이 커져야 가격 인하 폭이 큰데 워낙 규모가 작어 가격을 낮추기가 힘듭니다. 무엇보다 음질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초창기 블루투스 오디오 음질에 실망한 소비자가 좀처럼 선입관을 바꾸지 않고 있습니다.”

허 대표는 그러나 세상은 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블루투스 전송속도가 갈수록 빨라져 아날로그 못지않은 고음질을 제공하는 데까지 올라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티가 최근에 내놓은 블루투스 이어폰 `모비프렌 사운드 마스터`는 오디오 전문가가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기술력이 올라갔다. 디지털 제품답게 아날로그에서 생각지 못한 기능도 탑재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경우 `모비프렌M`이라는 앱을 설치해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앱과 단말을 결합해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 낸 것이다.

“첫 블루투스 이어폰 제품은 2006년에 나왔습니다. 초기 기술 확보 당시에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관심에 비해 기술력이 미흡했기 때문입니다. 매년 제품을 개선하면서 지금은 오디오 전문가한테 추천할 정도로 품질이 올라갔습니다. 가장 최근에 나온 `GBH-400` 모델은 넓은 재생 음역이 특징입니다. 모든 음역에서 맑고 깨끗한 느낌의 소리를 제공합니다. 고음역과 저음역 분리도 명확하며 바닥부터 깊게 울려오는 초저음이 강점입니다.” 블루투스 개발에 나서면서 `귀가 트였다`는 허 대표는 직접 오디오 튜닝에 참여할 정도로 소리에 관해서 전문가 경지에 올랐다. 그만큼 블루투스 분야에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쏟았다.

허 대표는 삼성 출신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를 거쳐 2002년 지티텔레콤을 창업했다. 초기 삼성 개발 협력사로 휴대폰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개발과 소프트웨어 검증 사업이 주력이었다. 블루투스 사업은 지티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차세대 먹거리다.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 컸습니다. 삼성 협력사만으로는 회사 비전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우리가 내세울 제품이 필요했습니다. 다행히 휴대폰 개발에 참여하면서 블루투스 기술력을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지티는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했다. 2006년 이 후 매년 빠짐없이 해외 전시회에 참석했다. 독일 하노버 세빗,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리는 MWC 등이 주요 무대다. 기술력과 해외 진출 경력이 붙으면서 투자만큼 성과도 나오고 있다. 블루투스 기반 핸즈프리 `카 키트`는 일본 1위 인터넷 쇼핑몰 `라쿠텐`에서 판매 순위 1위를 달린다. 영국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어 공급 규모를 늘려 나가고 있다.

허 대표는 “블루투스에 관해서는 최고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다” 며 “지금은 아이디어를 가미한 액세서리 사업 중심이지만 조만간 헤드셋·스피커 등으로 오디오 주력 시장에 진출해 세계적인 무선 오디오 회사로 성장하겠다”고 힘 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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