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미래 경쟁력인 소프트웨어(SW) 인력 5만명을 양성한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설립에 이은 삼성의 창조경제 화답 시리즈 2탄이다. 우리나라 대표기업이 적극 동참하면서 정부의 벤처창업과 창조경제 활성화 정책은 탄력을 받게 됐다.
우리 SW산업은 취약하다. 세계를 재패한 기술제조업과 비교하면 더욱 초라하다. 정권마다 거의 예외 없이 육성 구호를 외쳤지만 진전이 없다. 내로라할 만한 전문기업도 없다. 인건비를 따먹는 수준의 영세성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다. 이러니 가장 중요한 인재 양성은 SW업계엔 `사치`다.
이 때 삼성과 같이 자금도, 수요도 있는 대기업이 직접 인력을 양성하겠다니 매우 반갑다. 인력 수급 불일치라는 고질을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도 생긴다. 삼성도 이익이다. 삼성도 십여년 전부터 해외까지 찾아가 SW인재를 구했지만 늘 부족했다. 아예 직접 키워보자는 것 아닌가.
무엇보다 변두리에 있는 SW산업을 한복판에 서게 할 전환점 마련을 기대한다. 대학가엔 요즘 SW 전공을 기피하는 풍조가 만연했다. 취업을 해도 처우가 다른 분야보다 낮고 밤낮, 휴일 없이 일하기 일쑤인 데다 기술 정년도 짧다. 아예 다른 길을 찾는 학생들이 많다. 그런데 정작 제조업까지 포함해 산업계엔 SW 인력 수요는 갈수록 는다. SW교육과 산업현장의 괴리에서 비롯한 불일치 현상이다. 수요기업이 양성을 하니 지금과 전혀 다른 새 인력 수요가 생겨나고 전공자에겐 다양한 진로가 열릴 것이다.
일부 우려도 있다. 중소 SW기업들은 가뜩이나 부족한 인재를 삼성이 이른바 `싹쓸이`를 할까 걱정한다. 스마트폰 쇼크 이후 삼성발 SW 인력 대이동을 경험한 기업들이다. 삼성도 이를 인지했다. 양성 인력 중 일부만 채용할 방침이다. 전공자는 물론이고 인문계와 청소년까지 교육하겠다는 것도 저변 넓히기에 방점을 찍었다는 뜻이다.
그래도 직접 채용 규모가 크다보니 업계는 걱정한다. 그렇다고 이직과 같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수도 없는 일이다. 삼성이 우리 산업에 절실한 SW 인력 양성이라는 대의를 향해 투자하는만큼 이러한 업계 우려를 씻어야 더욱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이 공들여 키운 전문인력엔 가능하면 손을 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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