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부터 전자신문이 퓨처면에서 전문가 릴레이 기고 형태로 진행한 `빅데이터 시대 카운트다운`이 막을 내렸다. 연재 종료를 즈음에 4월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좌담회에 참가한 필진들은 “결국 기업 경영진과 현업이 빅데이터에 대한 공감을 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며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대를 표시했다. 그러면서 전략과 마케팅, IT 부서 등이 협업해 끊임없는 소통을 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에서 우수 인력 양성 방안을 위한 인센티브 제도의 필요성을 공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공공 데이터를 점진적으로 개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좌담회 내용을 요약, 정리했다.
◇참석자(가나다 순)
문성수 알테어코리아 대표
이성욱 딜로이트컨설팅 상무
이준기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
최정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마케팅과 조교수
사회=이준기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
◇사회(이준기 교수)=릴레이 기고가 끝났다. 그간 칼럼을 써오면서 느낀 점을 간단히 말하자면 빅데이터라는 분야가 경영학, 심리학처럼 이론이 없다보니 사례 이외의 무언가를 짚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알고리듬에 대해 언급할 수 있지만 그것은 기술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경영학적인 마인드로 접근해 활용 사례 위주로 언급했는데 앞으로 이런 이론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문성수 알테어코리아 대표= 빅데이터라는 것이 상당히 추상적인 용어라 글로 표현하기 쉽지 않았다. 사례 위주로 나열을 하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 아쉬웠다.
◇이성욱 딜로이트컨설팅 상무= 혹시나 전반적인 내용을 놓치지 않을까 우려됐었다. 좀 더 체계적으로 내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해야하는데 그런 것을 교육하는 기관이나 가이드가 시장에 좀 더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최정혜 연세대학교 교수=칼럼을 쓰기 위해 참고 자료를 찾다보면 실제로 경영 쪽에 눈에 띄는 사례가 아직까지 없다. 빅데이터를 통해 시장에 대한 통찰(인사이트)을 얻고 이를 경영에 적용해 시장에서 눈에 띄는 실적을 내놓은 사례가 없었다. `진짜` 빅데이터 활용 사례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사회=최근 기업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외부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을 빅데이터라고 여긴다. 재밌긴 하지만 사용을 하기엔 제한적인 것이 사실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기업 내부 데이터라는 것을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 요즘 빅데이터 프로젝트는 많이 진행되는가.
◇이=아직까진 진행보다는 관심이 많다. 최고경영자(CEO)들도 고민 단계인 것 같다. 성공 사례가 전파되면 불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CEO들의 인식 변화가 관건인데 우리나라는 아직 실무 부처에서 시도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최=외국에서는 CEO에서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대학과 연구소 등 학계와 협업해 고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도 경영진들이 빅 데이터에 대한 가치를 정확히 판단하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기업 성과도 상당히 좋을 것 같다.
◇사회= 많은 기업이 빅 데이터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맞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기업 문화를 얘기했지만 사실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조직을 바꿀 수 없다. 그렇다면 빅 데이터를 주관해야 하는 부서는 어디일까.
◇이= 전략기획이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 데이터마이닝과 빅데이터 분석은 하늘과 땅 차이다. 빅데이터는 의사 결정을 명확하게 하고 다음 계획을 추진할 수 있는 부서가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 IT팀 등 기술부서는 아직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 마케팅 부서의 경우 데이터가 축척되고 분석하는 것에 대한 절차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어느 한 부서가 전담을 하기에는 위험요소가 존재한다. 공학적인 측면에서 `데이터`도 알아야한다. 결국 어느 부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맡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데이터 과학자가 필요하다는 게 최근 업계 중론이다.
◇문=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업체로써 말씀드리면 현업이 주로 주도한다. IT 부서도 함께 일해도 결국에는 현업과 TF팀을 다시 꾸리게 되어 있다.
◇사회=우리나라에서 빅데이터를 도입하려는 기업들이 맞닥뜨릴 문제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이=빅데이터 분석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국한해서다. 비정형 데이터와 SNS 데이터를 동일시한다. 은행권에서도 최근 빅데이터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결국 SNS 분석을 말하고 있다. 은행 마케팅 광고 효과를 측정하겠다면서 고객 SNS를 분석하겠다는 것이다. 단기 이벤트 성과 측정 정도는 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영국에서 관련된 연구가 있다. 전체 고객 중에서 실제로 SNS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일부일 뿐이라는 것이다. 모여있는 사람별로 특성이 다른데 이를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다.
◇사회=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국가 차원에서 해야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민간에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이 분석하는 것은 사적인 영역이다. 공부하는 입장에서만 봐도 의미있는 데이터는 공공기관이 많이 가지고 있다. 이런 데이터를 여는 것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게 창조경제로 가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문=정부가 제공해줘야 할 데이터가 분명히 있다. 서울시장이 바뀌고 나서 서울시에서 정보공개를 파격적으로 하고 있다. 외국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다.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전향적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아직도 공개 속도는 느리다.
◇최=데이터 과학자를 키워야한다. 학생들도 자신의 전공분야 배우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정책적으로 융합 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제공하거나 인증 제도를 도입한다면 학생들의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리=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