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여개 업체들 골목상권에 치명적 타격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와 애플 아이폰이 스마트폰 액세서리·주변기기 시장을 급성장시키고 있다. 지난해 세계 액세서리 시장만 50조원에 달했지만, 새로운 주변기기가 잇따라 출현하면 향후 스마트폰 애프터마켓의 신장세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갤럭시S가 출시된 이후 갤럭시S3까지 총 1억600만대가 팔렸다. 최근 출시한 갤럭시S4는 1억대 판매량이 목표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스마트폰과 견줄 만한 새로운 완제품 사업으로 주변기기에 주목한 이유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닌 주변기기 시장은 삼성전자로서도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삼성전자의 주변기기 시장 진출 조짐은 얼마 전부터 감지됐다. 갤럭시S4 출시 행사에서도 무선사업부는 전작과의 차이점으로 액세서리 라인업을 강조했다. 갤럭시S4에 다양한 플립커버뿐 아니라 무선충전기·헤드세트 등 새로운 액세서리를 추가했다. 온도계·기압계 등 센서를 내장해 체중계·심박측정기 등 액세서리와 연동 효율성을 강화했다.
액세서리·주변기기 시장이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에서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로 바뀌면서 삼성전자가 진출할 수 있는 최적의 여건도 마련됐다. 특히 선진국 시장 점유율이 높은 삼성전자와 애플은 액세서리·주변기기 등 애프터마켓을 놓고 새로운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미국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은 200억달러로 추산되며, 오는 2017년에는 620억달러를 형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팀장은 “스마트폰 애프터마켓 제품들은 큰 리스크 없이 원가의 4~5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알짜 사업”이라며 “삼성전자 브랜드를 활용한다면 중소기업이 만든 경쟁 제품보다 훨씬 비싸게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디바이스를 개발하는 데도 주변기기는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스마트폰에는 블루투스·GPS 등 통신기능뿐 아니라 자이로스코프·가속도계 등 각종 센서가 집적돼 있다. 새로운 주변기기를 만들어내는 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 셈이다. 이미 스마트와치·구글 글라스 등은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닌 차세대 디바이스로 주목받는다.
그러나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액세서리·주변기기 시장은 스마트폰 업체와 협력사 간 수평적 협력 모델이 중요하다. 업계 전문가는 “스마트폰 시장은 다양성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며 “삼성전자가 스스로 액세서리·주변기기 업체를 고사시킨다면 혁신이 사라지고, 이는 나중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스마트산업협회에 따르면 1000여개 업체가 갤럭시 시리즈용 액세서리를 제조하고 있다. 갤럭시 시리즈용 주변기기 개발에 투자한 기업들도 많다. 삼성전자가 시장에 진출하면 이들 업체 중 상당수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만 해도 액세서리·주변기기 협력사를 선정, 해당 제품에 일정 수수료를 받고 승인해주는 대신 문호는 개방하고 있다.
갤럭시 시리즈용 주변기기를 개발 중인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주변기기 사업은 스마트 시대에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장악하려고 나선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은지·이형수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