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2시경 한미 정상이 공동기자회견을 갖기로 한 백악관 이스트룸은 140여명의 기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북한 문제의 민감성 때문인지 외신기자들도 많이 참석한 탓이었다. 애초 두 정상은 야외인 로즈가든에서 회견하려 했지만 비가 내려 이스트룸으로 옮겼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은 예정보다 10여분 늦게 공동기자회견장에 등장했다. 정상회담 후 열린 오찬회담이 화기애애하게 이뤄지면서 예정보다 길어진 때문이다.
정상회담을 비롯한 박 대통령의 방미 일정은 취임 후 첫 순방지로 미국을 정한 박 대통령의 선택에 미국측이 특별 대우하며 화답하는 성격이 강했다. 국빈방문 형태가 아닌 실무방문이었지만 미국은 국빈에 준하는 의전을 마련했다. 윤병세 외무장관은 “국빈방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헬리콥터를 동원해 에스코트 하는 등 국빈에 준하는 의전을 했다”며 “미국이 전통적으로 국빈을 접대하는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를 쓰게한 것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블레어하우스는 1965년 고 박정희 대통령이 미국 방문시 묵었던 곳으로 박 대통령은 건물에 전시된 부친의 사인을 보며 감회에 젖었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과 박 대통령은 백악관 정상회담과 오찬 회담 사이에 10분여 가량 통역없이 로즈가든 복도를 걸으며 친교를 강화했다. 윤 외교장관은 이에 대해 “예정에 없던 절차적 측면에서 눈에 띄는 이벤트로 오바마 대통령이 박 대통령을 특별히 신경쓰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한국에서 60세라는 것이 생명과 장수를 기념한다는 `환갑`이라는 특별한 날이라고 들었다”며 “올해 우리는 방위조약 60주년을 기념하는 해”라고 한국 문화에 대한 친밀감을 드러냈다. 이어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국 문화, 한류에 매료당하고 있다”며 “제 아이들이 강남스타일을 저한테 가르쳐주기도 했다”고 언급하는 등 한국문화에 관심을 드러냈다.
오바마 대통령 외에 미 각료들도 박 대통령에게 친밀감을 과시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자신의 보좌관이 한국계라며 직접 만나줄 것을 부탁했다. 박 대통령은 결국 회담이 끝난 후 한국계 보좌관과 인사를 나눴다. 박 대통령도 오찬회담에 “버락(Barack)이라는 이름이 스와힐리어로 `축복받은`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이름의 `혜`도 한자로 `축복받는다`는 의미가 있다”며 인연을 강조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V`자를 그리는 훈훈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정상회담과 오찬회담에는 척 헤이글 국방장관,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보좌관, 성 김 주한미대사, 마이클 프로먼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 등 미 행정부 주요 결정권자가 거의 다 참석했다. 러시아를 방문한 존 케리 국무부 장관은 참석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하다는 친필 서한을 박 대통령에 전했다.
워싱턴(미국)=권상희 기자 shkwon@eten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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