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칼럼]희망의 사다리를 만들자

많은 국가가 고령화·에너지·환경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정책을 강도 높게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감성적인 사용자 경험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소재·부품 기업에도 새로운 고부가가치 비즈니스 창출 기회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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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부품 산업은 제조업의 뿌리와 허리 역할을 한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 독일이 글로벌 경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은 것은 소재·부품 분야를 중심으로 `히든챔피언`이라는 우수 중소·중견기업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소재·부품 중소기업의 활력과 경쟁력 확보야말로 우리 경제 부흥과 일자리 창출의 열쇠라고 할 수 있다. 혁신적인 글로벌 전문 소재·부품 중소기업 육성 없이는 창조경제 모멘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당수 중소기업은 기술 혁신에 필요한 자본·인력·장비가 부족한 것이 우리 현실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상품화하는데 필요한 기술부터 생산,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나홀로 해결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우리나라가 많은 중소기업 지원책을 가지고 있다지만 단발적이고 나눠주기식 지원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보다 체계적이고 실제적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지원시스템이 필요하다.

신기술 개발과 사업화에 촌각을 다투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에 희망 사다리를 만들어줄 수 있는 `사업화 목적 기술개발(R&BD) 공공 플랫폼`을 제안한다.

R&BD 공공 플랫폼의 핵심은 공공 연구기관 인력과 인프라를 중소기업에 개방해 적기에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고, 사업화에 따르는 위험을 최소화해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제공하는데 있다.

시발점은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분야 R&BD 전문가들과의 원활한 교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최적의 기술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는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지식재산권 창출 시스템과 신뢰성 확보, 시양산을 위한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다. 예컨대 스마트 자동차용 정보기술(IT) 융합부품 개발에 있어 완성차 업체의 기술 요구를 충족하는데서 나아가 지식재산권 선점을 위해 특허전문가를 프로젝트에 참여토록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파일럿 라인(Pilot Line)을 구축해 수율 분석과 생산성 향상 컨설팅 등 기술사업화 클리닉 서비스로 중소기업의 R&D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R&BD 공공 플랫폼을 실효성 있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목말라할 때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해갈해 줘야 한다.

학철부어(〃轍〃魚)라는 말이 있다.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 속의 붕어에게는 한 바가지의 물이 당장 절실하다. 중소기업 기술혁신 지원에는 중장기적인 통찰력으로 접근할 사안도 있겠지만 산업 선도기술과 후속 상용화 연구개발, 시장 진출을 위한 신뢰성 지원 등은 지체 없이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R&BD 공공 플랫폼은 연구과제중심제도(PBS)와는 다른 트랙으로 운영돼야 한다. 전문연구기관이 중소기업 기술혁신과 기술사업화를 적기에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그 성과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는 방안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검토하면 좋겠다.

진정한 친구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언제든지 마음 편하게 찾을 수 있고, 힘들 때 든든한 의지가 되면서 미래의 꿈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가 아닐까.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사업화 열정을 가진 소재·부품 중소기업에 R&BD 공공 플랫폼이 진정한 친구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적인 환경이 구축되길 바란다.

김경원 전자부품연구원장 kwkvivc@ke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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