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알뜰폰 딜레마'…어제는 친구였지만 내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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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MNO)가 알뜰폰(MVNO) 사업자의 공격적인 마케팅 행보 때문에 딜레마에 빠졌다.

최근 통신사의 보조금 마케팅이 냉각된 틈을 타고 MVNO 사업자가 가입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그간 동반자 관계에서 미묘한 경쟁자 관계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포화 상태가 된 이동통신 시장에서 자사 망 사용을 늘려주는 파트너이지만, 잠재 고객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KT의 일부 대리점이 KT 망을 재판매하는 MVNO 사업자 CJ헬로비전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CJ헬로비전이 보다 공격적인 보조금 마케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판매점에 단말기를 공급하고 가입자를 유치해 수수료를 받는 대리점 업종 특성상 단말기 보조금이 많은 사업자일수록 수익을 내기가 유리하다.

통신사 관계자는 “정부 단속 때문에 기존 통신사가 오프라인 유통망에 투입하는 보조금이 대폭 줄어든 반면에 일부 MVNO는 이를 기회삼아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CJ헬로비전이 자사 망을 사용하는 만큼 완전히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LTE 2위 경쟁`이 첨예한 상황에서 가입자 MVNO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 역시 알뜰폰 사업자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내부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임원 회의에서 일부 MVNO 사업자가 펼치는 활발한 영업에 대한 경계심을 여러 차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MVNO가 과도한 보조금을 투입할 경우 이를 모니터링해 결과를 집계하고 있다”며 “자사 대리점과 주요 판매점에도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이날 발표한 유·무선 통계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MVNO 가입자 수는 150만명을 넘어서 157만5454명으로 집계됐다.

통신 3사 가입자 수가 전월보다 1만2000여명 줄어든 반면에 MVNO 가입자는 10만명이 넘게 늘어났다. 통신사로선 MVNO로의 가입자 이탈을 충분히 우려할만한 상황인 셈이다. KT의 경우 자사 가입자가 25만명 가까이 줄어들었지만 MVNO 가입자는 6만3000여명이 증가했다.

하지만 줄어드는 자사 망 사용을 MVNO가 늘려준다는 점에선 MVNO를 `틈새시장 지원세력`으로 여기기도 한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우리 망을 쓰는 MVNO 가입자는 저가 요금 수요를 우리 망으로 흡수하는 공생 관계이기도 하다”며 “정부의 MVNO 시장 확대 기조도 있기 때문에, 일단은 MVNO를 전폭 지원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사-MVNO 가입자 증감 추이(단위:명)

자료:미래창조과학부

통신사 '알뜰폰 딜레마'…어제는 친구였지만 내일도?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