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엑사플롭스급 슈퍼컴퓨터 개발을 선언했다. 초당 연산 회수가 100경번으로 현존 최고 성능 슈퍼컴퓨터보다 55배 이상 빠른 수준이다. 선진국의 슈퍼컴퓨터 개발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6일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문부과학성의 슈퍼컴퓨터 개발 계획을 보도했다. 문부과학성이 추진하는 차세대 슈퍼컴퓨터 성능은 엑사플롭스급이다. 1초에 100경번의 연산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 인류가 식음을 전폐하고 1초에 한 번 씩 4년 7개월 동안 해야 얻을 수 있는 계산 결과를 단 1초에 처리하는 능력이다.
2014년 개발에 착수해 2020년에 완성한다는 청사진이다. 예산은 1000억엔(약 1조1000억원)을 잡았다. 오는 8일 열리는 문부과학성 전문가 회의에서 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승인받을 예정이다. 현재 세계 슈퍼컴퓨터 3위인 `케이`를 운영하는 이화학연구소를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진다.
문부과학성은 차세대 슈퍼컴퓨터를 우선 방재 분야에 쓸 방침이다. 지진이나 쓰나미,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를 세밀하게 모의실험해 피해 범위를 파악한다. 주민 대피 최적 경로를 찾으면 인명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산업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을 준다. 체내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분자 수준에서 재현하면 신약 개발에 큰 도움을 준다. 유전 정보를 비교해 환자에 가장 적합한 의료 서비스 제공도 가능하다. 분자 구조를 바꿔 새로운 기능을 발휘하는 신소재 개발도 미리 해본다. 복잡한 물리 현상과 맞물려 있는 항공기나 자동차 개발에도 한몫한다.
과제도 만만치 않다. 현재 기술로 엑사플롭스급 슈퍼컴퓨터를 만들면 수십만 킬로와트의 전력이 필요하다. 어지간한 화력발전소 하나를 다 쓰는 셈이다. 저전력·저발열 반도체 개발이 선행되지 않으면 엑사플롭스급 슈퍼컴퓨터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다.
일본뿐 아니라 다른 선진국도 차세대 슈퍼컴퓨터 개발에 뛰어들었다, 미국 인텔과 실리콘그래픽스는 지난해 6월, 엑사플롭스 슈퍼컴퓨터 관련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중국도 2020년 전후에 획기적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슈퍼컴퓨터가 국가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대변하는 양상이다.
슈퍼컴퓨터 성능은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됐다. 2002년 NEC가 처음으로 초당 연산 1조번을 뜻하는 테라플롭스 시대를 연 후, 2008년 IBM이 그보다 1000배 빠른 페타플롭스 시대를 열었다. 미국과 일본, 중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면 엑사플롭스 시대는 2020년 이전에 가능할 전망이다.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
자료:TOP500(2012년 11월 발표 기준)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