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이석채 회장의 배임 등 비리 연루설을 이례적으로 해명하고 나섰다. 최근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소문과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 회장 자진 퇴진설에 대해선 이 회장이 거취 문제를 밝힌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은혜 KT 커뮤니케이션 실장은 1일 서울 광화문 KT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CEO(이석채 회장)가 거취 문제를 밝힌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청와대에서 (퇴진하라는) 언질을 줬다던지 하는 소문은 확인이 불가능한 내용이지만 공식, 비공식을 막론하고 CEO가 거취 문제를 표명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퇴진에 대한 이 회장의 의중을 묻는 질문에는 “(청와대로 부터) 연락이 왔는지 또는 그에 대한 답변을 했는지는 우리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이 회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줄곧 퇴진설에 시달렸다. 청와대 발(發) 압박, 이사회에서 퇴진의사 표명 등 이 회장을 둘러싼 여러 소문이 증폭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남상봉 KT 법무센터장이 직접 나와 본인에 관한 루머도 해명했다. 검사 출신인 남 전무는 최근 이 회장이 검찰 수사를 대비해 영입한 인물로 지목돼 왔다.
남 전무는 “나도 알지 못하는 내용들이 어느 순간 사실인 것처럼 퍼졌다”며 “KT가 나를 채용한 것은 산업스파이 전문 검사, 정보통신부 법률자문관 등 ICT와 법무 분야 전문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남 전무의 영입은 이상직 전임 센터장이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옮긴데 따른 정상적인 인사”라고 덧붙였다.
KT는 최근 논란이 된 이 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에 나섰다. 참여연대는 지난 2월 KT의 스마트몰사업과 OIC 랭귀지비주얼 설립 등과 관련해 이 회장이 회사에 200억원 규모 손해를 끼쳤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남 전무는 “스마트몰은 도시철도와 계약 당시부터 연대책임 조건이 걸려있어 사업에서 빠지면 더 큰 손해를 보는 구조”라며 “그나마 진행하는 것이 손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OIC 랭귀지비주얼 설립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뚜렷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09년 8촌 친척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유종하 전 외무부장관과 OIC 랭귀지비주얼을 설립했다.
이후 유 전 장관은 황경호 이퓨쳐 사장에게 지분을 넘겼고 KT는 2011년 황 사장 체제하의 OIC 랭귀지비주얼에 57억원을 증자해 계열사로 편입했다.
유 전 장관이 황경호 이퓨쳐 사장에게 지분을 넘기는 과정에서 8억원가량의 차익을 보는 등 이 회장이 친인척에게 이익을 안겨주기 위해 증자, 계열사 편입을 감행했다는 것이 참여연대 주장이다.
남 전무는 “결과적으로 그런 의혹들이 나오게 돼 아쉬운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전 과정을 보면 황경호 사장의 비전과 KT의 장기 로드맵에 따른 전략적 투자로 봐야한다”고 배임혐의가 성립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