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보기술(IT) 후방 산업을 책임지는 인쇄회로기판(PCB) 장비 업체들이 한 단계 진화했다.
그동안 국내 PCB 장비 업체들은 제품 국산화와 하드웨어(HW) 개선 수준에 머물렀지만, 최근 원천 기술 확보 외에 소프트웨어(SW) 역량까지 배가하고 있다. PCB 시장 성장의 그늘에 가려 조연에 불과했던 장비 업체들이 주연으로 부상할지 주목된다.
23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막한 `KPCA(국제전자회로산업전)2013/국제전자실장산업전(KIEP) 2013` 행사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국산 장비가 대거 출품돼 관람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3차원(3D) 검사장비 세계 1위 기업 고영테크놀러지는 3D 인쇄검사기(SPI)와 3D 부품실장검사기(AOI)를 선보였다. 두 장비 모두 이미 출시된 제품이지만,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SW가 완전히 달라졌다. 종전에는 PCB 등 부품 불량 검사 기능만 제공했지만, 두 장비를 같이 쓰면 불량의 원인까지 찾아준다. 3D SPI와 3D AOI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 솔루션이다.
산업용 자외선(UV) 장비 업체 세명백트론은 터치스크린패널(TSP)용 노광 장비를 대거 소개했다. 노광 기술은 PCB에 주로 쓰이지만, 최근에는 TSP에도 활용되고 있다. 세명백트론은 경쟁 업체들과 달리 UV 램프 등 소스를 직접 개발할 정도로 원천 기술력이 뛰어나다.
커버유리 일체형(G2) TSP에 쓰는 포토 리소그래피 장비는 10㎛ 선폭, 패널당 3초에 불과한 리드 타임을 자랑한다. 향후 G2 TSP 시장이 커지면 관련 장비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성회로기판(FPCB)·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인듐주석산화물(ITO)필름 등을 가공하는 다기능 롤투롤 장비도 관심을 끌었다.
또 다른 장비업체 제4기한국은 플라즈마를 활용한 고성능 세정기를 공개했다. 반도체 리드프레임·기판 등 부품을 진공 챔버에 넣고 플라즈마로 세정하는 장비다. 유체역학·열역학 기술로 챔버 설계의 상당 부분을 자체 기술로 해결했다. 한 번의 공정을 30초 이내에 처리할 정도로 강력한 성능을 구현했다. 전자소재 필름을 롤 단위로 가공할 수 있는 플라즈마 세정 장비도 선보였다.
세계 1위 레이저마커 업체 이오테크닉스는 새로운 자외선드릴(UV driller) 장비를 출품했다. 레이저 소스를 직접 개발해 성능이 뛰어날 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도 높다. 인쇄회로기판(PCB) 비아홀(via hole)가공뿐 아니라 실리콘관통전극(TSV) 등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경희 한국전자회로협회(KPCA) 회장은 “스마트폰 시장 성장을 기회로 PCB 장비 산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며 “원천 기술 개발에 더욱 집중하고, 해외 시장을 공략한다면 장비 산업도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