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7000억원 규모 산업통상자원부 연구개발(R&D) 사업을 기획하는 `R&D 전략기획단`이 18일 위상 약화와 공정성 논란을 안고 2기 체제로 전환한다.
장관급 예우를 받던 단장직이 차관급으로 내려가 위상 약화가 우려된다. 대기업 중심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새 단장으로 영입했지만 `선수가 심판으로 뛴다`는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제기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제2기 전략기획단장으로 박희재 에스엔유프리시젼 대표 겸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를 선임한다고 17일 밝혔다. 박 신임 단장은 18일 공식 취임한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산업부는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형 신산업을 창출하고 중소·중견기업이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희망의 사다리를 구축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며 “박 단장이 이를 뒷받침할 R&D 전략수립과 투자방향 제시 능력을 갖췄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박 단장은 서울대 기계공학부교수로 재직하면서 학부대학원생들과 함께 디스플레이장비업체 에스엔유프리시젼을 설립, 코스닥에 상장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기초 연구를 사업화와 일자리 창출로 연계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이다.
박 단장이 에스엔유프리시젼 지분 21%를 소유한 최대주주 겸 현직 경영자라는 점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전략기획단장은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가 후보직을 사퇴한 중소기업청장처럼 주식 백지신탁이 의무화된 곳은 아니어서 법적인 문제는 없다.
하지만 대규모 R&D 과제를 발굴하는 전략기획단 업무 특성상 과제 발굴·선정 과정에서 사적인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양새로는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기업)가 심판(R&D 전략기획단) 역할을 하는 형국이다.
게다가 에스엔유프리시젼은 삼성디스플레이 주요 협력사 중 하나로 삼성디스플레이가 5.26%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1기 황창규 단장이 삼성전자 출신인데 이어 2기 단장도 중소기업이지만 삼성그룹과 관련된 회사다.
전략기획단의 위상 약화도 부정적이다. 1기 전략기획단의 공동 단장은 산업부 장관이 맡았다. 2기 부터는 1차관이 대신한다. 자연스레 박 신임 단장에 대한 예우도 차관급으로 내려간다. 박 단장이 현직 CEO여서 상근직에서 비상근직으로 전환된다.
신임 단장의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단장을 보좌하는 분야별 MD(Managing Director)는 5명에서 3명으로 축소된다. 주력산업, 부품소재, 융합·신산업, 에너지, 정보통신의 5개 MD가 주력산업, 신산업, 에너지 3개 분야로 재편된다.
산업부는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차관이 공동 단장을 맡고, 협의체 형식으로 운영되는 만큼 개인이 독자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박 단장은 “디스플레이보다는 균형적인 일을 할 것”이라며 “전문가들을 비롯해 의견을 많이 듣고 (단장직을) 수행 하겠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