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대안 있나](상) 원전기반 성장의 혹독한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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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방사선 덩어리를 과연 어디에 보관할 것인가.` 사용후핵연료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관심사를 넘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이를 처리하지 못하면 14년 뒤 국내 전력생산의 31%를 차지하는 원전을 세워야 할 판이다. 원전 기반 경제성장의 혹독한 대가다. 정부는 다음 달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이 문제의 논의를 시작한다. 2015년 중간처리장을 만들어 폐기물을 보관하겠다는 복안이다.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과 현황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상)원전 기반 성장의 혹독한 대가

(중)현실성 있는 대안 고민해야

(하)공론화위원회 공론화해야

`미래에 어느 나라가 원전 수출을 주도할 것인가?`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뉴클레어 파워아시아 2012`에서 주최 측이 참가자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참가자 46%는 원전 수출을 주도할 나라로 한국을 손꼽았다. 러시아(27%), 미국(12%), 프랑스(10%), 일본(5%)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외형적으로 원자력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원전 수출국 중 최고의 원전 이용률을 보일 만큼 안전 운영에 독보적이다. 원전 건설의 경제성을 확보했으며 한국형 원전 개발 경험(OPR-1000, APR-1400)도 있다. 뛰어난 기술 인력과 원전 설계, 건설, 운영, 인허가 경험도 한국의 저력이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에너지 공급원 역할을 했다.

하지만 양적 성장의 이면에 취약점도 있다. 핵연료 공급능력 취약성과 사용후핵연료 문제다. 특히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앞으로 국내 원전산업의 향배를 가늠할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가공된 우라늄을 원료로 원자력발전소를 구동하면 3년 뒤 사용후핵연료가 나온다. 핵 연료봉 폐기물이다. 23개 원자력 발전소에서 매년 800톤씩 폐기물이 나온다. 폐기물에는 타고 남은 우라늄(95.6%)과 플루토늄(1.2%), 초우라늄 원소(0.2%), 세슘·스트론튬(0.5%), 요오드-129와 테크네슘-99(0.1%) 등 다양한 방사성 원소들이 뒤섞여 있다. 이 가운데 초우라늄 원소는 우라늄보다 무겁고 방사선을 많이 낸다. 반감기는 무려 수만년이다. 반영구적으로 방사선을 내뿜는다는 설명이다.

각 원자력 발전소는 대형 수조에 폐기물을 쌓아두는 임시 저장방식을 사용한다. 월성 원전에서는 유일하게 건식 저장 방식을 활용한다.

가동 중인 23기 원전에서 생긴 사용후핵연료는 총 37만다발이다. 이는 각 원전 부지 내 임시 저장용량(51만8400여다발)의 71%를 차지한다. 이 추세라면 2016년 고리 원전 저장량이 포화되는 것을 시작으로 월성 원전 2017년, 영광 원전 2021년, 울진 원전은 2018년에 각각 포화상태가 된다. 공간이 여유 있는 곳으로 폐기물을 이송하거나 조밀하게 쌓는 방식을 동원하면 최장 7년 정도 포화시기를 늦출 수 있다.

한 원전 관계자는 “임시저장소를 확충해도 2028년이면 공간이 꽉 찬다”며 “중간저장을 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부지 선정에 실패하면 가동 중인 원전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원전을 가동 중인 다른 나라는 재활용(재처리)과 직접 처분 두 가지 방식으로 폐기물을 처리한다. 영국과 프랑스, 일본은 재처리 시설을 운영한다. 재처리를 하면 폐기물 부피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스웨덴과 핀란드, 캐나다 등은 사용 후 핵연료를 지하 500~1000m 땅속 깊은 곳에 만든 처분시설에 영구 폐기하는 방식을 추진한다.

한국은 미국과의 원자력협정에 따라 핵연료 재처리가 불가능하다. 현재로선 처분시설을 마련하는 게 대안이다. 정부는 뒤늦게 임시저장소 내 핵연료를 옮겨 보관할 중간저장시설 건설을 2024년까지 마련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여론을 수렴할 `공론화위원회`가 다음 달 출범한다. 지난 2004년 이 문제를 국민적 공감대 아래서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뒤 무려 8년 만이다. 하지만 중간저장시설 부지선정 작업은 또 다른 국민적 갈등을 야기할 전망이다.

사용후핵연료 저장현황

자료: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사용후핵연료 대안 있나](상) 원전기반 성장의 혹독한 대가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