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진화

성급하지만 올해 신작 미드(미국 드라마) 중 최고를 고르라면? 주저하지 않고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를 꼽겠다.

이 드라마는 미 의회 내부의 추악한 암투를 그렸다. 데이비드 핀처가 제작 겸 연출을, 케빈 스페이시가 주연을 맡았다는 점에서 놀랍다. 할리우드도 세월에 밀려 티켓파워가 줄어드는 배우가 찾는 곳이 TV다. 그럼에도 당대 최고 감독과 배우가 참여했다. (박찬욱 감독이 송강호를 캐스팅해 주말 드라마를 찍었다고 생각해보라.)

재미있는 것은 이런 거물을 끌어들인 곳이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비디오 대여점이 드라마를 만든 셈이다.

넷플릭스는 파괴적 혁신을 실천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저서 `파괴적 혁신`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기존 제품보다 월등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쓸만하면서 값이 싸기 때문에 시장 진입에 성공하고 결국 기존 강자를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메인 프레임 시장을 잠식한 초기 PC나 미국에서 현대차의 질주를 들 수 있다. 넷플릭스는 연체료를 없앴다. 이 작은 혁신 하나가 돌멩이가 되어 미국 비디오 대여점 시장을 독식하던 `골리앗` 블록버스터를 넘어뜨렸다.

이제 넷플릭스는 다른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드라마를 자체 제작하고 자사 플랫폼에서만 독점 상영한다.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1 13편은 아예 통채로 공개했다. `본방사수`를 외치는 기존 방송국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미국도 지상파나 케이블에서 먼저 방송한 작품을 이후 오버더톱(Over the Top) 서비스에 순차적으로 내보낸다. 광고 때문이다. 유료 플랫폼인 넷플릭스는 광고를 붙일 필요가 없다. 광고 때문에 짜증난 시청자에게 환영을 받고 있다.

스트리밍 미디어 기업으로 변신하는 넷플릭스의 도전은 시장을 장악한 기존 기업에겐 큰 위협이다. 모바일기기의 확산 덕에 시청 습관, 콘텐츠 유통 방식, 비즈니스 모델이 바뀐다. 넷플릭스의 혁신적 진화의 행보가 드라마만큼 흥미진진하다.


김인기 편집1부장 ik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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