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커버스토리]정부3.0 구현하려면 부처 장벽부터 허물어야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정부 3.0 구현을 위한 걸림돌과 해결방안

정부가 국정과제인 정부3.0 구현을 본격화 했다. 정부부처 간 협업과 소통 기반으로 플랫폼을 구축해 창조경제를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공공정보를 공유, 민간에도 개방한다. 안전행정부는 공공정보 공개를 위한 법적근거도 마련한다.

국가가 보유한 공공정보를 공유, 민간에 개방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공공기관 간 장벽이다. 공공기관 간 장벽은 정보공유뿐 아니라 유사 서비스를 지원하는 정보시스템 연동에도 장애 요인이다. 이로 인해 대국민 서비스가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공공기관 간 장벽을 허물지 않는 한 정부3.0 구현은 먼 얘기에 불과하다.

◇정부부처 간 협업, 현실은?

통계청이 인구·사업체 센서스 정보를 기반으로 공간정보와 민간의 금융·통신 정보를 융합해 민간에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를 활용해 민간에서 보다 효과적인 상권분석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고령자 특화서비스, 사회 안전 서비스 등 새로운 가치도 창출할 수 있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부족한 게 있다. 무엇보다 보다 많은 공공정보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국세청의 국세정보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보험 납부 정보 등이 더해지면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문제는 이러한 공공정보가 공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직도 상당수 공공기관이 보유한 공공정보를 공유하거나 개방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 만들어진 법과 제도도 공공정보를 공유하고 개방하는 데 걸림돌이다. 국세청은 국세기본법에 근거해 국세 정보 공유를 거부한다.

현재 공공정보 개방은 안정행정부,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 통계청, 산림청, 서울시 등 각 기관과 지방자치단체별로 제각각 이뤄진다. 공공정보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 개방하겠다는 계획은 몇 차례 수립했지만, 여전히 통합은 이뤄지지 않는다.

공공정보 통합뿐만 아니다. 부처 간 업무 장벽으로 인해 유사 대국민 서비스를 지원하는 정보시스템도 모두 제각각 운영돼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대표적인 것인 복지 정보시스템이다. 정부에서 시행하는 복지사업은 약 300종에 이른다. 이 중 상당수는 여러 부처로 나눠 개별 시스템 기반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아 시스템 간 연계가 이뤄지지 않는다.

데이터 공유는 더욱 어렵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정부에서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복지정보통합관리추진단을 구성하기까지 했지만, 여전히 통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왜 정부 간 장벽 못 허무나

정부 부처 간 장벽을 허물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0년 부처 간 장벽을 허물고 통합적인 국가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범정부 협의체계를 마련했다.

협의체는 부처 협업을 위한 업무프로세스재설계(BPR)와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수립했다. 당시 5개월 동안 BPR·ISP 컨설팅을 진행해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 대상으로 부처 간 협업 프로세스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이후 디지털행정협업시스템도 구축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정부서울청사와 세종청사 등 원격지 부처 간 업무협조를 하는 정도로 활용될 뿐이다.

부처 간 장벽이 허물어지지 않는 이유는 △잘못된 공공정보 소유 인식 △부처 간 협업을 기피하는 일하는 방식 △데이터의 부정확성 △지나친 보신주의 사고 등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공무원의 인식이다. 다수의 공무원은 공공정보 소유권을 해당 공공기관이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공정보 개방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것보다 투명성을 내세우는 방안으로만 여긴다.

공무원의 일하는 방식도 문제다. 공무원은 자신이 속한 부처 내에서 업무 처리가 완료되기를 바란다. 다른 부처와 협업을 하게 되면 협조요청을 하고, 협의를 진행한다. 업무를 처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때로는 원하는 대로 처리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부처 간 협업을 기피하는 배경이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의 정확도가 매우 낮은 것도 원인이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의 정확도는 70%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공무원들은 데이터가 부정확하다는 것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정부부처 한 공무원은 “데이터 공개를 못하는 것은 기술이 없거나 보안 때문이 아니라 상당 부분 데이터를 공개했을 때 실제와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공무원의 지나친 보신주의도 한 몫 한다. 업적을 쌓거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기관별로 모두 업적을 쌓으려다 보니 유사한 사업을 많게는 6~7개 기관에서 수행한다. 개별 정보시스템을 구축해, 별도 운영한다. 데이터 표준화도 이뤄지지 않는다. 데이터 공유는 생각도 못한다.

◇부처 간 장벽, 어떻게 해야 허무나

효과적인 정부3.0을 구현하기 위해 가장 먼저 공무원의 인식이 변화돼야 한다. 공공정보의 소유는 국민에게 있다는 생각으로 바꿔야 한다. 공공정보 개방은 공개가 아닌 민간에서 활용 가능하게 이뤄져야 한다. 부처 간 협업으로 하나의 플랫폼에서 공공정보를 융합, 민간에게 제공하는 것이 가장 최적의 방법이다.

일하는 방식도 바꾸어야 한다. 부처 간 협업을 편리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한다. 정보시스템과 데이터 공유 주체와 협력체계 등 전체적인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 수립도 필요하다.

데이터 정합성을 높이는 것도 시급하다. 지속적인 데이터 점검을 통해 정합성을 맞춰 나가야 한다. 데이터를 개방한 후 정합성을 높여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데이터 개방을 담당하는 한 공무원은 “정합성을 완벽하게 갖춘 후 데이터를 개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차라리 데이터 개방을 먼저 하고 민원을 통해 데이터 정합성을 높여 나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공공정보 개방과 공유, 대국민 정보시스템 연계 등에 관한 법률과 제도도 마련돼야 한다. 이미 공공정보 개방을 촉진하는 데이터베이스(DB)산업진흥법이 국회 상정됐지만 지난 국회부터 통과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안행부도 최근 공공정보 개방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에 착수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