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각각 관리하던 협력사 조직을 통합 운영한다.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가 분할되면서 나눠졌던 협력사 조직을 삼성전자 일괄 관리 체제로 재전환하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공급망(SCM)이 사실상 삼성전자에 흡수되면서 통제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각각 협력사 모임인 `협력회사협의회(협성회)`와 `삼성디스플레이파트너(SDP)` 회원사에 통합 운영을 공지했다. SDP 회원사는 삼성전자 협성회 회원사로 편입돼 상생협력센터가 관리한다.
삼성전자는 SDP 협력사들에 협성회 가입을 위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사전 준비를 진행 중이다. 홈페이지 통합 작업도 시작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양사 협력사가 중복되는 예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장비업체들은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장비를 모두 개발하는 경우가 많아 이중 비용이 든다는 문제점이 지적돼왔다. 삼성 관계자는 “협성회와 SDP 양쪽에 소속된 업체가 대다수라 협력업체 입장에서 양쪽을 응대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협성회 멤버였다가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 분사 때 빠진 협력사들은 삼성전자 지원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불만도 일부 있었다. 세트·부품업체가 한데 모이는 자리가 있으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로서는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업체를 직접 관리함으로써 SCM 전반에 영향력을 다시 키울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주인이지만 오픈 셀(패널만 공급하는 형태) 사업을 확대하면서 점점 독자영역을 만들어 왔다.
기술 개발과 공급 물량 조절도 용이하다. 디스플레이 패널과 소재를 세트업체 입맛대로 개발시키고 증설 투자 협의도 편하다.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사업 다각화나 영업망 확대를 추진하는데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의 눈치를 동시에 봐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단절돼 있던 협력사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면서도 “협성회가 규모를 키워 뭉치면 신규업체 진입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