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사이버 전쟁 이제는 실전이다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다. 최근 국방부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그렇다. 북한 사이버 공격에 대비한 군사적 대응 시나리오를 개발하겠다는 것이 보고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군 통수자인 대통령에게 현재 우리 군은 사이버 공격을 막아내거나 공격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사이버 작전이 없다고 자신 있게 발표한 셈이다. 또 국방부가 주적으로 규정한 북한정권과 북한군에게 우리는 아직 명확한 사이버 대응전략이 없다는 군사기밀을 공개적으로 알려준 꼴이 됐다.

사이버 작전 부재만 문제가 아니다. 수행 조직과 전문 인력도 취약하기는 매한가지다. 국방부는 박 대통령에게 올해 사이버 정책 담당 조직도 확대하고 사이버전 수행 인원도 증원하겠다고 보고했다. 한미연합사령부와 공동으로 사이버전 수행체계로 발전시키겠다는 방침도 덧붙였다.

북한은 어떤가. 10년 전부터 정규 교육을 받은 해커를 양성하고 있다. 사이버 전력은 이미 세계 3위 수준에 달한다는 게 보안 전문가들 평가다. 우리 군은 3년 전에야 사이버 사령부를 창설했다. 인력도 북에 비해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 군의 보강 계획은 미래형인 반면 북의 사이버 공격은 현재 진행형이라는데 심각성이 있다. 미사일을 날리면서 전쟁을 선포하는 일반 전쟁과 달리 사이버 전쟁은 수년간 은밀하게 적대국 네트워크에 침투했다가 특정한 시기에 맞춰 공격을 시작한다.

3.20 사태도 수개월 전부터 시스템에 악성코드를 심어놓은 결과다. 사이버 전쟁도 동일한 방식을 사용할 것이라는 게 보안 전문가들 진단이다. 3·20 사태가 북한 소행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아니라는 증거도 없다. 안심해서는 안 된다. 당장 오늘이라도 북한이 사이버 전쟁을 감행한다면 우리 군은 어떻게 맞설지 걱정부터 앞선다.

국방부 보고를 받은 박 대통령은 북한 도발에 초전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 하지만 초전 대응은 물리적 전쟁에나 가능한 얘기다. 사이버 전쟁은 적의 도발에 앞서 선제공격이 필수다. 도발을 당하는 순간 전쟁의 승패는 이미 결정 난다. 사이버 안보의 기본 개념이다.

적에게 방어보다 공격 능력을 알려야한다. 적보다 더 강한 공격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경고 메시지가 필요하다. 이래야 사이버전쟁 억제력을 갖는다. 강대국이 서로 핵폭탄을 보유하는 이치와 같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공격형 해커부대 양성을 공헌하고 사이버 테러를 자행하는 적국에 맞서 사이버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엄포를 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군의 현실과 비교하면 엄청난 시차가 있다.

현대전은 사이버전과 물리적 타격이 병행된다. 수조원대 첨단 무기라도 사이버 공격으로 운용 시스템이 악성코드로 파괴되면 무용지물이다. 이것이 사이버 전쟁에 대비한 투자를 서둘러야할 분명한 이유다. 너무 많이 늦었다. 무엇보다 사이버 전쟁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 사이버 전쟁을 바이러스를 퍼뜨린 해커 때려잡기 정도로 여겨서는 안 된다. 이제는 실전이다.


서동규 비즈니스IT부장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