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체코를 오가며 무역업을 8년째 하고 있는 A사장은 체코 현지 은행에 대해 `대부업체`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은행끼리 암묵적인 담합으로 수출입 기업은 물론이고 체코 현지인, 한국 등 이민자에게 막대한 수수료 이득을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A사장은 체코 현지에 건설사를 설립하고 해외 수출 컨소시엄 사업에 참여한다. 많게는 수십억원대 자금이 오가는데 해외에서 돈을 벌면 절대 체코은행에서 돈을 찾으러 가지 않는다.
체코 은행은 현지 수출입 기업에 외환입출금 수수료를 추가로 받고 있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 돈을 벌어 체코 은행으로 돈이 들어오면, 계좌에서 무조건 1% 수수료를 떼 간다. 기업이 들어온 돈을 찾을 때에도 1% 수수료를 추가로 뗀다. 금액의 2%를 은행 몫으로 챙기고 있다. 건설업을 하는 현지 A사가 해외에서 10억원을 벌어들여 현지로 돈이 송금되면 2000만원을 앉아서 버는 시스템이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여행사를 운영 중인 B사장도 “평균 2.5% 높은 수수료를 내고 있다”며 “체코 은행은 나라가 망해도 절대 망할 수 없는 구조”라고 불신했다. 프라하의 도시로 유명한 체코는 민주화 바람이 분 이후 한국인 수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주로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은행의 고리대금 버금가는 수수료 체계 때문에 현금장사를 하고 있다.
현지 은행의 강력한 카르텔 형성으로 체코 정부조차 손을 대지 못한다고 한다. 체코는 전업카드사가 없다. 일반 은행이 카드업까지 겸하고 현지 은행들은 수십년간 강력한 카르텔을 형성해 고리대금 수준의 수수료 이득을 챙기고 있다. 때문에 카드 혜택을 비롯해 가맹점 수수료 체계까지 99% 비슷하다.
이는 현지 은행이 독일, 오스트리아 등 해외 자본에 모두 잠식됐기 때문이다. 체코 국립은행(나로드니 방카)을 제외한 KB, 체코슬로바키아 상업은행(CSOB), 체스카 스포르지텔나(Ceska Sporitelna), 라이파이젠(Raiffeisen Bank Czech Republic) 등 주요 은행은 계좌관리 수수료, 외환입출금 수수료에 더해 2.5% 이상의 높은 가맹점 정산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
국내 은행의 경우 고객이 예·적금을 가입하면 이자를 주지만 체코는 오히려 `계좌관리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월 12유로의 돈을 고객에게 받는다. 안전하게 돈을 관리해주는 대가다. 수수료도 일반 계좌와 비즈니스 계좌로 구분해 수수료를 차등화한다. 큰 뭉칫돈을 예치하면 일정비율의 수수료를 깎아주는 형태다. 일반 서민들은 높은 계좌관리 수수료를 지급하고 은행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에 회원을 위한 마일리지 적립이나 할인 혜택은 찾아보기 힘들다. 체코에서 직불카드를 신청해 발급받는 기간은 3개월 이상이 걸린다. 신용카드는 3년 이상이 걸린다. 그것도 발급자의 평균 수입, 지출, 직업, 월 예치금액 등 여러 제약조건을 달아 관리한다. 만일 이 중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으면 즉시 파산신청 등의 조치를 취하고, 아예 은행 이용을 차단해버린다. 체코에서 수출입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을 비롯해 다국적 기업은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높은 외환수수료와 계좌 사용료 때문이다.
외국인 대상 가맹점은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일부 면세점 등은 평균 5%대의 정산 수수료를 고스란히 주고 있었다. 국내 일반 가맹점도 2%가 넘지 않는 데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다.
프라하(체코)=
[표]체코 주요 은행 현황 (단위:백만달러)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